카메라/화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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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대믹에 오미크론 확진자가 거의 정점을 찍기 직전에 카메라를 구입하려하는 나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지만 이런 저런 리뷰 비디오를 보고 있다.
렌즈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가 4mm의 화각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뭐랄까 의미가 없는 이야기 같아서 적어놓기로 한다. 또 혹시 헛소리에 속아서 내가 다시 헛된 결정을 할까 싶어서.
맨 처음에 구입했던 카메라에는 50mm 렌즈 하나만 달랑 달아서 썼던 것 같다. 이이러니한 이야기지만 카메라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게 없을 때였지만 이 때 찍은 사진들은 지금봐도 참 좋단 생각을 한다. 나보다 더 카메라에 관심없던 아내나 아이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면 마찬가지로 사진은 배워서 찍는 게 아니구나 하는 사실까지 덤으로 배웠다. 고작 반셔터로 초점 잡는 것 밖에 모르던 시절에 찍은 사진들임에도 볼 때마다 감탄하는 샷들이 있을 정도다.
삶의 여유가 좀 생기고 나선 이런 저런 렌즈를 제법 많이 사고 팔았는데, 결론은 이랬다.
어차피 부지런 하지 않아서 갈아끼우지도 않을 렌즈들은 왜 사서 모셔두고 있을까. 갈등하지 말고 하나만 끼워두고 쓰자.
24/28/35/50/85/100/135/200mm…
이 정도로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더러 줌렌즈를 쓰기도 했고.
밖에서 렌즈를 갈아끼우는 것은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다. 나처럼 가방같은 것을 들고 메고 하는 것을 귀찮아 하는 사람에겐 더더욱.
결국 나중엔 대부분 24mm 때론 가끔 50mm를 끼워쓰는 정도였지 그보다 망원인 렌즈들은 거의 끼운 적이 없고 처음 구입해서 테스트 하는 정도로 끝났다.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닌 카메라에 과몰입을 한 거다. 어차피 지나고 보면 남는 것은 스틸사진 뿐이고 엉성한 화질과 심하게 흔들리는 동영상은 이제 다시 보기 좀 뭐하다. 아니 어떻게 그 시절엔 이걸 동영상이라고 해서 찍었나 싶을 정도로 카메라가 많이 좋아져서 당시의 동영상과 비교하면 일반 사람들이 찍어도 거의 준프로급으로 찍고 있으니까 말이다.
대충 3년전에 카메라와 렌즈를 모두 처분했다. 카메라 바디는 없지만 50mm 렌즈 하나가 있고. 어차피 카메라를 들이면 다시 구입하게 될 1순위는 50mm 렌즈란 생각에. 내 눈엔 이것은 표준?이라기 보단 적당한 준망원렌즈란 생각이 든다. 어차피 렌즈 성능이 아무리 좋아져봤쟈 50mm에서 이 정도 화질이 나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단 생각이고. 대신 제법 광각이라는 24mm 화각은 내 눈엔 가장 편한데 이 화각은 점점 좋아지고 있어서 나중에 따로 구입해야지 한다.
어차피 카메라가 좋아져도 나를 피사체로 해서 찍진 않는다. 특히나 요샌 모두 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으니 더 내키지 않는다. 아이도 나이가 들면서 피사체가 되는 것을 싫어하고 가족도 스스로 나이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남기기 싫어하는 모양이다. 어차피 다시 미모와 젊음의 정점을 찍을 확률이란 건 애초에 없고 죽기전까진 하강곡선을 그리게 될 게 뻔한데 조금이라도 더 젊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남겨놓는 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다 필요없다. 지금 싫으면 그냥 싫은 거다.
폰카는 뭐랄까 인생의 스냅샷을 남기기엔 적당한 도구같다. 돈을 약간 들인 렌즈와 카메라 조합은 그 스냅샷의 일부를 확대해서 보는 용도랄까. 그러기에 이젠 폰카로 어렵지 않게 찍는 화각인 24mm도 별로 쓰임새가 없고 적당히 확대해서 보고 싶다면 50mm가 적당하구나 싶다. 뭔가 더 돋보이게 만들고 싶다면 85mm? 그런데 여간해선 쓸 일 없다.
망원 줌을 달고 나가서 찍은 갈메기와 독수리 사진을 잔뜩 보내준 것을 받았다. 그 이후엔 왕관(?)현상을 촬영했다는 사진과 함께. 뭐랄까 이 사람도 많이 심심하구나 + 그동안 찍어왔던 모델들이 촬영을 거부하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삶이란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