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템포러리 재즈..?

80년대에 유행하던 contemporary jazz라는 장르가 있었다고 한다. 잘 들어보면 재즈(?)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있던 팝음악이지 싶기도 한데, 사실 그때 활동했던 뮤지션들의 이름이나 계보를 꿰어보면 뭐랄까 예전의 단순한 화음이나 멜로디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사실 diatonic chord만 잘 굴려도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여기에 다양한 재즈(?)적인 요소를 갖다 붙였다고 하는데, 음악에 무지한 내가 재즈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열거 하진 못하겠고, 단지 초/중등 과정에서 배운 음악 이론을 가져다놓고 보면, 이를테면 근음은 같은데 major가 minor로 조바꿈을 패턴처럼 반복하고 이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이어가기 위해서 (voicing이라고 해야하나) 7th 코드 같은데 긴장감은 더 높은, 그러니까 구성음이 추가되어 3개 혹은 4개의 노트로 구성되는 코드와 색깔이 다른 코드 (텐션코드라고 부르는 것 같다)가 들어가있고, 여기에 맞춰서 음계가 형성되고 이 위에서 주선율이나 솔로가 이루어진 그런 음악이라고 나는 해석을 한다.

사실 이런 패턴과 사례를 적용해서 이런 류의 음악을 이해하면 그냥 음을 외워서 연주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외우거나 비슷한 아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나올 수 있는 조합이란 게 마치 트리 모델 이라든가 markov 모델처럼 되는 것이다. 이미 나왔던 음악에서 보여지는 모든 case를 데이터베이스화 해버리면 유한개의 패턴으로 정리가 되는 것이니 컴퓨터의 입장에서는 얼마 되지 않는 요소를 얼마되지 않는 수의 rule에 따라 조합하는 것이니까 상당히 간단한 문제를 풀어내는 것과 같다. 이 rule을 명시적으로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신경망에게 학습시키면 알아서 classification이란게 이루어져서 예전의 음악들을 분석해서 얻어진 패턴을 통해서 조합하면 안되는 경우는 알아서 선택하지 않게 될 것이다.

나와 같은 저주 받은 귀와 미천한 지식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는 악보를 다 들여다보든가 아니면 음악을 여러 번 들어서 베이스라든가 리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익숙해지면 뭐랄까 그 구성은 생각보다 단촐하구나 싶지만 다시 한참 지나서 다시 들으면 음악적인 재능이 전무한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이 음악은 들을 때마다 늘 새로운, 대단한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 놀라게 만드는 그런 음악이다 여전히.

악기를 다루면 기본적인 음계를 연주하는 연습을 열심히 하는데, 사실 melodic minor는 잘 하게 되지 않는다. 뭐랄까 분위기도 아주 다크한데다 좋은 음감이나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 않고선 그 음계와 분위기를 확실히 외우기도 쉽지가 않다. 어쨌든 그 옛날의 천재들은 이것들을 이렇게 나눠서 외우고 머리를 싸매고 하지않아도 악기를 열심히 다루거나 다른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스스로 깨닫고 이해하게 되었거나 스스로의 방식으로 이해를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들은 원래 똑똑해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소양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그런 소리를 좋아하는 이들은 적어도 오랜 기간 따라하다보면 그들의 1/10 정도는 미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얊은 기대로 오늘도 음악도 들어보고 건반도 눌러본다.

요샌 세상이 좋아져서 그냥 음악을 틀어놓으면 (아마도 FFT를 계속 돌려서 음의 높이를 양자화 한 뒤에 그것은 기 정의된 코드 셋에 매핑하는 과정을 계속 반복하는 것이지 싶은데) 스스로 음을 분석해서 chord도 찍어내고 음계도 찾아내는 툴들이 생겨났다. 소프트웨어적인 능력과 음악적인 지식이 잘도 결합해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하는데, 이렇게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다보면 이 세상에 남아날 직종이란 게 있을까 싶을 정도다. 사실 코드를 결정해버리면 그 위에서 움직이는 음계도 자동 결정되는 것이고 그 위의 음조합이라는 것도 사실상 결정된 것이 다름 없으니까 일반적인 작곡 프로세스처럼 motive를 결정해주면 나머지는 컴퓨터가 이리 저리 변형해서 곡 하나 뚝딱 만들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니 한꺼번에 수많은 조합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평가를 내린 뒤에 가장 그럴싸한 것을 선택해준다거나 뭐든 프로그래밍하기 나름인 문제가 된다.

물론 어떤 음악 스타일을 결정해주면 거기 맞춰서 편곡해주는 소프트웨어는 이미 진작에 나와있으니까. 이 작업은 진작에 자동화가 가능한 것이다. 사람이 해야 하는 노래/연주는 집단 지성을 이용하면 되고 이 또한 음과 박자를 맞춰주는 소프트웨어적인 기술을 사용하면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하게 만들 수가 있다.

사실 앞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끄집어내면 어떤 음악의 스타일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용하는 음계와 코드의 선택, 그리고 그것들의 진행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 어떤 악기 구성을 취하느냐 어떤 리듬을 쓰느냐도 중요한 요소인데, 컴퓨터의 입장에선 이것들을 잘만 classify하고 그것을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일종의 database를 만든 뒤에 재구성을 시키면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유사한 스타일의 음악을 무궁무진하게 만들어낼 수가 있다.

물론 사람이 하는 일의 방식도 여기서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것은 오랜 시간 경험을 통해 체득되어 자동화가 되지 않는 이상엔 컴퓨터 처럼 만들어 낼 수가 없다. 그러니까 사람이 학습과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것에 비해 컴퓨터는 엄청나게 빠르고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으니까 그 결과물을 잘 끌어내는 방법만 결정해주면 이 과정은 완전 자동화가 되는 것이다.

한 때는 창의적인/예술의 경지로 취급했던 일을 모두 컴퓨터가 가져가 버리면 데이터의 축적 + 기존 패턴의 선택 + 재구성의 자동화 과정의 한 형태가 되는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