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대화 중에 찬물을 끼얹는 순간..

누군가와 대화 중에 뭐랄까 ‘아 내가 왜 이 사람이랑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그 스스로가 엄청나게 대단한 사람이랑 만났고 식사도 했고 뭐 그랬다는 이야기를 대단한 일인 양 나에게 얘기할 때다.

기분이 나쁜 이유는 아니 별 대수롭지도 않은 사람을 만난 게 뭐 대단한 멘토라도 만나도 만나서 뭐 대단한 경험이라도 쌓은 것 처럼 이야기 하는 것도 그렇지만 ‘과연 저 사람은 날 뭘로 보고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대화하고 있으면 스스로 그 사람이 만난 상대에 대해 급을 나누고 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나를 급 낮은 사람으로 대우하고 있는 것도 확실히 느껴지고. 소위 그가 만났던 그 대단한 분들은 어떻게 대했을지 자못 궁금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그와 비슷한 사람이 이 세상에 하나가 아니고 꽤 많은 것아라고 본다. 이들이 세상을 보는 관점은 대개 비슷하다. 소위 사회적, 사회적이라고 해봐야 국가기관이라든가 사기업이고 그 안에서 높은 직책을 맡고 있으면 무조건 그 사람은 대단한 사람의 반열에 있고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가 평가하는 자신의 레벨보다 높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대단한 사람들을 내가 예전부터 봐왔기도 하고 더러는 잘 알고 있고 막역한 관계였기도 하고 해서 단지 그들이 사기업에서 높은 직책에 있다고 해서 저렇게까지 존대를 붙여주고 대단하게 취급해야 하는 것인가? 그에 비해 형편 없는 나와는 왜 이야기를 하고 있지? 나도 다른 이들과에 대화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겠지만 언급 된다고 하더라도 저 이름없는 ‘아랫것들’ 중에 하나겠지 하고 말이다.

난 이렇게 생각한다. 살면서 누굴 만나든 그가 사기업이든 국가기관이든 장이든 뭐든 그게 무슨 상관일까 하고 말이다. 소위 권위주의적인 시대를 너무 오래 살아온 것인지 아니면 소위 그 권위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겐 뭔가 대단한 것이 있을거라 생각하는 것인지.

이러면 이럴 수록 이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대개 그들의 생각은 한결같다. 나보다 낮다고 생각하면 부려먹고 높다고 생각하면 알랑거리고. 그러니까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어떤 식으로 이런 생활 태도가 체득이 된 것인지 내 알바아니지만.

사람이 되도록 기회나 능력이 되는 한 최대한 높은 곳에 가봐야 한다고 하는 것은, 소위 그 권위나 운이 좋아서 분에 넘치는 것을 누리는 이들의 실체를 잘 알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한다. 그곳에 이르지 못한 이들은 막연히 그곳은 나와 뭔가 급이 다른 혹은 내가 배울 것이 많은 이들이 있는 곳이 아닐까 착각하고 선망하는 경향이 짙다. 난 그런 것을 정말 많이 봐왔다. 사람들의 이런 생각이 권위주의 사회가 그토록 오래 유지되도록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한다.

소위 좋은 대학에 다니고 있으면, 소위 고위 공직자가 될 수 있는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면, … 그 이유가 별로 대단할 게 없다. 뭔가를 잘 외워서 혹은 말을 잘 들어서 시험을 잘 봤으면, 또는 운이 좋아서 (외국의) 좋은 학교를 나오게 되었다면, 좋은 가정 환경을 타고 났다면 … 뭐 이런 거다.

스스로 주어진 환경을 극복하고 뭔가를 열심히 도전해서 이뤄내고 그리고 그렇게 하려는 이들을 돕고 사회적인 약자들을 돕고 등등등 이런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일단 뭔가 귀족스러운, 태어날 때부터 뭔가 달랐다거나 소위 탑클래스의 학교를 나오고 원가 엘리트 코스를 탔고 이런 게 없으면 일단 아랫급 취급을 한다. 그런 사람들은 뭔가 다른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다르긴 개뿔. 이들은 일단 운이 매우 좋고 그렇게 엘리트 그룹에 편입이 되면 소위 고속도로를 타서 비포장 도로, 혹은 스스로 길을 만들어서 가야하는 세계의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온실 속의 화초처럼 지낸다. 보고 들은 것이 없으니까 같은 그룹에 소속되지 않은 이들은 모두 머리가 나빠서, 미련해서, 능력이 없어서 등등의 인간 취급을 하게 마련이다. 사실 이런 정신머리를 가지고 있는 게 소위 아랫사람들을 부리기에 유리한 마인드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이 이렇게 행세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속한 조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boundary 마저 없는 무소불위의 그룹들이 가끔 있긴 하지만. 쉽게 말해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어떤 유니버스에서 계급장 붙이고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인데 이게 마치 온세상에서 통할 수 있는 진리나 되는 양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