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트랄린의 효과..

써트랄린의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날씨가 좋아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에전 보다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1달 반 정도되니 뭐랄까 상태가 여러 가지고 호전되고 있다. 나도 놀랄 지경이다.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변화는 뭐랄까 가끔씩 분노하거나 심하게 밀려오는 짜증내던 일도 사라지고 나의 일상에 대해서 한심하다고 느끼고 또 무엇인가에 크게 죄책감을 느끼던 것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했다. 그냥 짧게 말해서 머릿속의 생각이 줄었다.

이를테면 내가 누군가에 말을 했다 치면 내 입에서 나간 말들을 얼마지나지 않아 계속 되씹고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등등의 생각에 골몰하던게 얼마전이라고 하면, 지금은 내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가고 있는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말을 할 때 같은 빈도의 실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예전처럼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든가 말하는 도중에 내용을 까먹거나 (다른 생각에 빠져버려서) 그래서 말이 느려지거나 하던 일이 줄어든다.

쉽게 말해서 리얼타임으로 작동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가 검열이 덜 작동하거나 거의 작동하질 않아서 전반적인 일상의 수행 속도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하루 온종일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많이 늘어났다. 전 같으면 대개 초저녁이면 머릿속은 녹초가 되어있을텐데, 또 그렇게 녹초가 된 머리를 식히려고 이것 저것 하느라 쓸데없는 것에 골몰하고 했는데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자러간다.

흔히 하는 실수에 대해서도 예전같으면 죄책감을 갖거나 스스로에게 엄청난 채찍질을 했다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너도 나도 다들 하는 실수인데 나만 완벽하란 법도 없고 애초에 난 그렇게 완벽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이니까 하며 넘어가게 된다.

또 듣는 음악의 종류가 변화했다. 예전엔 무슨 복잡한 음악을 연구해야 되는 것이 필생의 업인양 복잡하고 빠르고 구성 또한 매우 복잡한 음악을 듣고 또 그렇게 이것 저것 의미없는 것에 골몰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또 늘상 듣던 것들만 듣고 재미없는 음악이라도 누군가 좋다고 하면 꼭 어떻게든 꾸역꾸역 들어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 음악은 더 이상 듣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일단 재미없으면 근처에도 가기 싫어졌다. 새롭게 나온 음악들 중에도 이렇게 즐겁고 재미있는 음악이 많았었나 스스로 놀라고 있다. 한참 전에도 있던 음악인데 그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그냥 다 의미없는 것들이란 생각에 아무런 흥미도 없었다.

아직 알 수 없다. 이게 정말 서트랄린의 효과 때문인 것인지 아니면 한살 더 먹고 더 늙어져서 그런 것인지는. 하지만 그 변화라는 게 서트랄린 시작 후 1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나타난 것이라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