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렬 연산기를 만들어 보는 프로젝트 어떨까?

정신적인 데미지를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은 재미있는 토픽에 몰두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 삶에서 겪은 몇 번의 위기를 나는 그런 식으로 극복했다. 얼마전 갑자기 찾아왔던 정신적인 과열현상으로 남은 데미지 (뇌가 홀라당 다 타버리는 줄 알았다)도 이런 식으로 극복해봐야지 하고 있다.

행렬 연산은 MATLAB이나 octave가 다 해주는 거 아니야? for loop 좀 돌리면 되는 거 아니야? 할 수 있다. 이런 걸 뭘 프로젝트까지 해야되? 그냥 하면 되지.

그렇다. 문제는 여기서 하드웨어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게 될 때 발생한다. 그리고 하드웨어의 스펙도 내가 정해야 되고 무엇보다도 이 주어진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으면 난이도가 수직상승하게 된다. 또 다루는 수는 floating point가 되어야 하고 단순히 덧셈 뺄셈이 아니라 곱셈과 각종 변환을 한 꺼번에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붙으면 저세상 난이도가 되는 거지.

크립토 커런시며 각종 디지털 기술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취미로 진공관 앰프를 만들어봤다는 둥, 수공예로 가구를 만들어봤다 하는 것 보단 고속의 행렬 계산기(와 관련 S/W)를 취미로 만들어봤다고 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세상이 되지 싶다. 어차피 같은 시간이 든다고 하면 전자는 손이 다치거나 감전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후자의 경우는 안쓰던 대뇌 영역을 많이 활용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 아닐까?

어차피 전자나 후자나 돈 받고 팔 수는 없는 결과물이다. 그냥 자기만족이지. 취미란 게 자기만족 때문에 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