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는 내 생일 선물..

올해 내 생일 선물은 안경테로 정했다. 그러려고 그랬다기 보단 조만간 한국에 가기 전에 안경테 몇 개 들고가서 맞춰 올 생각에 미리 구입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생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해야겠지.

쓸데없이 이곳에서 안경보험 따위를 들어놓고 맘에 들지도 않는 안경테를 비싸게 구입하고 바보 같은 렌즈까지 울며겨자먹기로 구입해서 맞추느라 애쓰기 보단, 내 입맛에 맞는 안경테 몇 개 인터넷에서 주문해봐야 명품 브랜드라고 해도 얼마 되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남대문에 들고가면 쓸데없이 이상한 흥정 붙이면서 바가지 쓸 일도 없다. 더구나 햇볕이 매우 강한 이 곳에서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변색렌즈로 모두 맞추는데 기껏해야 10분 밖엔 안드니까. 그러는 10분 간 남대문 시장 얼마나 변했나 구경도 하고 (그래봐야 빈부격차를 실감하는 게 전부지만) 길에서 무슨 음식들을 사먹고 있나 기웃거리다보면 정말로 깔끔하고 빠르게 일을 마쳐주니까 매년 들를 때 마다 빼놓을 수가 없는 거다.

팬대믹 때문에 거의 집에 들어앉아 있다시피 되면서 안경의 소중함이 더 커졌다. 슬슬 노안이 와서 쓰고 벗을 일도 점점 늘어나고 집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보면 안경을 쓰고 있었는지 벗고 있었는지 모를 때도 많고.

생일이란 걸 기념하는 이유가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는 것을 감사하고 기념하는 일이라고 보면 뭐랄까 ‘여태 잘 살아온 게 참으로 다행인거네?’ 그말인 즉 ‘안죽고 잘 살았네 용케?’ 뭐 이런 거라. 죽을 수도 있는 확률이 제법 있었음에도 살아있는 게 놀라운 일이다 이런 뜻 같아서 뭐랄까 유쾌하다고 하긴 좀 뭐하지 싶다. 거기에 선물을 한다는 것은 ‘죽지 않았으니 축하한다?’는 건가.

작년에 한국에 다녀올 때만해도 팬대믹이 한창인 때라 뭐랄까 여기 저기 검사만 받으러 다니고 병원 진료 받는 게 사실 여행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올핸 어찌될지. 이미 1년이나 지났고 당시만 해도 1년 후인 지금엔 코로나로부터 해방되었겠지 했지만 지금도 사방 팔방 코로나 감염되었다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작년처럼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서 또 여행을 가기 위해 검사를 받으러 다니고 호들갑 떠는 절차는 좀 줄어들었지 싶지만 뭐니 뭐니해도 여행을 한다는 게 감염우려가 높은 행동이다보니.

더구나 여행 중에 감염되어 증상이 발현되면 여행중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파시킬 수도 있을 뿐더러 이미 걸린 사람들한텐 재감염을 시킬 수도 있으니 올해가 결코 작년보다 좋아졌다고 할 수가 없다.

코로나 때문에 도무지 2020년부터 언제까지 고통받아야 할 것인지 정말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뭔가 의식을 가지고 살아오는 동안 이런 성가신 전염병은 정말 처음보는 것 같다. 더구나 2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도 도무지 사그라들 기미도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어쨌든 아무 문제 없이 잘 살아있으니 감사할 일이고 더구나 앞으로 1-2년 잘 쓸 안경테 2개 정도 준비해서 모처럼 남대문에 나가서 맞춰 올 생각을 하니 별 일 아니지만 기대도 되고. 이번에도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남대문 광화문 종로 을지로 청계천 전부 걸어서 돌다올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뛸 지경이다. 한국에 살던 시절엔 정말 별 일 아닌 일이었지만. 그냥 1년 동안 세상 변한 것 구경하는 게 전부일지라도.

유럽 여행을 가네 태평양 한 가운데로 여행을 가네 했어야 ‘여행’ 좀 간다고 했던 게 2-3년 전인데 이젠 그저 무사히 나 살던 곳 다녀오는 것도 나름 대단한 일(?)이 되어버렸다. 별 것 아닐 듯 싶은 전염병 하나 때문에 생활의 폭이 좁아지고 그렇게 1-2년 살다보니 그런 것에 벌써 익숙해져버렸으니까.

고작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란 ‘happy(?) birthday to me’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