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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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대충 살아…”, “편하게 살아…“인 듯하다.
아마도 그런 이유는 내가 그렇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 내 눈으로 보기엔 사소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크게 걱정하고 낙심하는 경우를 보고 있어서이지 싶다.
과거를 떠올리면 나도 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잘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으니까. 혹여 그 어느 것 하나라도 잘 되지 않기라도 하면 대번 패닉에 빠졌다. 그까짓거 좀 안되면 어떻고 망하면 어때서. 잘 안되면 세상이 전부 망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전전긍긍했으니까.
아쉽게도 내 주위에서 그 누구도 ‘대충 편하게 살아..전전긍긍한다고 크게 달라질 거 없으니까..’ 란 말을 아주 진지하게 해준 사람도 없고 막상 패닉 상태가 되어 부모님께 의논해봐야 그분들은 걱정이 앞서시는 분들이니 이런 삶의 교훈 따위 얘기해 줄 일 없었고.
웃긴 건 내가 그분들에게 나의 미천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충 사사세요 너무 전전긍긍하지 말고..’라는 말을 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단 거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엄청나게 큰 의미라도 있는 양, 남아있는 나의 모든 인생에 영향을 주는 것인 양 큰 의미를 부여하고 일희일비하는 것은 약간의 돈을 주고 산 주식의 오늘의 가격을 보며 기뻐 날뛰거나 (이럴 일은 아무리 주가가 뛰어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만) 실의에 빠지거나 하는 거나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물론 어떤 순간에 이루어지는 선택 혹은 조금만 신경을 더 썼더라면 그 이후의 삶을 크게 바꿀만한 경우가 아주 가끔이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부주의로 사고를 당한다거나 해서 생명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거나 하는. 그렇다고 내가 지금 하는 선택이 그렇게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선택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미리 알고 있자면 신중의 신중을 거듭하겠지만.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일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시판 같은 곳에 가면 오늘도 어김없이 ‘…해도 되나요?’, ‘…하면 안되겠죠?’ 하는 등의 질문들이 올라온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뻔한 내용의 질문이고 답이랄 게 있을 수가 없는 것인데도 열심히 답을 달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대충 살자. 나한테 어려운 삶의 문제라면 다른 이라고 쉬울 일이 없고, 어차피 살다가 내가 겪은 어떤 문제라는 것은 길고 넓게 보면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극복해나갔을 (일부는 좌절했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다. 다들 잘도 이겨내고 살았는데 나라고 못 할 이유가 뭘까?
내가 살아오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봐왔지만 살면서 가장 좋다는 엘리트코스의 길을 밟아서 가장 높은 곳(?)까지 가는 사람들이라고 특별히 좋아보이는 삶을 살고 있지 않고, 학교 다니면서부터 그냥 대충 대충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놀았다고 해서 바닥(?)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특별히 남들에 비해서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지고 있지 않았던 이상엔 다들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간다. 되려 잘하려고 몸부림치다가 원하지 않는 경우들을 겪고 나서는 삶 자체, 인생의 흐름자체에 순응하게 된 경우도 많이 본다.
어차피 삶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패닉에 빠져있거나 누군가에게 울부짖어봐야 부질없는 짓일 뿐이다. 어떻게든 살게 된다. 기왕이면 기분 나쁜 것은 덜 신경쓰고 좋은 것만 보고 기뻐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모자르다. 뭐 남은 시간을 내내 불평과 부정적인 생각에 가득해 살아가는 것도 그 사람 본인의 선택이니 뭐라할 수는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