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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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에서 올해 최고의 영화라기에 봤다. 열심히 집중해서 본 것은 아닌데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해서 허우적대다가 나중엔 될대로 되라 하는 심정으로 봤다.

왜 흥행이 성공적이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박찬욱 감독 영화의 팬이라면 영화속에 숨어있는 요소들을 찾아내며 즐기는 맛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냥 저녁에 편하게 ‘영화나 한편볼까?’의 자세로 들여다보기엔 뭐랄까 쉽지 않았다.

유튜브를 가든 인터넷 커뮤니티를 가든 워낙에 극찬 일색이라 이런 이야기 하기도 쉽지 않다. 뭐랄까 영화 자체의 흐름에 빠져들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저런 장치들이 숨어있고 그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런 건 알겠는데 영화속의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되질 않았다. 그러니까 어떤 의도로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는지 전체적으로 어떤 구도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는지도 약간만 보면 사실 잘 알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은 내가 대충 이러리라 짐작한 것이고 실제의 영화의 흐름은 어떤 것일까 들여다보는 것도 영화의 재미니까. 그런데 몰입이 안되거나 흐름 자체가 매끄럽지 못하면 슬슬 불편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영화의 내용은 끝까지 들여다보면 처음에 대충 이러할 것 같다 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몰입이 되지 않고 내내 산만한 느낌으로 들여다보고 흐름 자체가 매끄럽지 못하다보니까 뭔가 억지로 맞춘 것 같기도 하고,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 말고 내가 모르는 그 안에 뭔가가 또 있을까, 또 그 밑에 작가의 어떤 의도가 있을 쓸데없는 생각을 계속하다보니 에너지 소모가 계속해서 늘어가기만 한다.

역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네번째 보고 있는 나지만 영화 보는 법(?)을 모르게 된 내가 내내 영화의 흐름에서 벗어나서 겉돌다가 씁쓸한 느낌만 남기며 끝을 봤다.

소위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는 음식도 먹는 법(?)을 알아야 또 어느 정도 내 입맛을 거기에 맞추어야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이 영화도 이런 영화 보는 법(?)을 알아야 즐길 수 있나보다. 영화 하나 보는 것에도 뭔가 steep한 learning curve라는 게 생겨난 시절에 놀라고 이렇게나 시대에 뒤떨어져버린 나에게 놀라게 된다.

혹여 놓친 게 있나 이해못한 게 있나 싶어서 누군가 열심히 내용을 풀어놓은 영상을 봤다. 내가 보고 느낀 것과 별 다르지 않다. 그런데 ‘so what?!’ 영화 자체에 몰입을 할 수 없었는데. 극찬할 만한 영화내의 장치들 또 훌륭한 미장센(?) 뭐 좋다. 그런데 흐름자체에 동조하게 되질 않는데, 그냥 뭐든 과해 보일 뿐이다. 재미가 있어야 그런 요소들이 빛을 발하는 것 아닌가? 재미가 없다 그냥 한 마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