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 pro Macbook pro..1년 넘게 지났네..

최근의 MacOS는 쓰면 쓸 수록 놀랍다는 생각만 든다. 내가 가장 처음으로 MacOS를 제대로 접한 게 2009년, 막 퇴역시키려는 PC에 MacOS를 설치했을 때다.

뭐랄까 맞지 않는 비유이긴 한데, Windows 3.0시절에 GeoWorks Ensemble이라는 OS(?)를 첨 접했을 때의 느낌이랄까. 물론 비교도 안되고 말도 안되는 것이긴 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뭐니뭐니해도 MacOS가 Linux와 Windows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서 그 둘의 장점을 잘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고?

MacOS가 기본적으로 unix의 한 계통인 BSD를 기반으로 하고 그 명맥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Linux와 유사한 부분이 매우 많다. 일단 terminal을 열면 거의 모든 linux 명령/유틸리티들을 큰 차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homebrew를 가지고 이것 저것 설치해서 사용하는 세상이 된 지금에 더 그렇다고 말 할 수 있지만.

또 Windows PC와 데이터를 주고 받을 일이 많다보니 MacOS에 여러 가지 장치들이 붙어있는데 그것들을 활용하면 매우 쉽게 Linux와 Windows를 오가며 쓸 수 있다. 이를테면 smb로 file system을 붙여놓고 쓴다든가 Windows remote desktop(물론 별도 설치 해야 하지만 매우 간단하다)을 띄워서 쓴다거나 VNC를 써서 X를 불러다 쓴다든가 (MacOS에서는 screen sharing이라고 기본 지원이 되고 VNCviewer들 보다 훨씬 좋다). 이런 것들이 사실상 매우 native하게 지원이 되기 때문에 외부에 powerful한 x86 머신들을 두고 거기에 매우 빠른 Linux 배포판을 설치해놓고 그 위에 qemu로 Windows들을 띄워놓고 쓰고 있으면 거의 모든 cross platform 요구에 다 대응할 수 있다.

인텔 맥 시절엔 Docker와 QEMU(parallels 등등)를 설치해놓으면 하나의 머신에서 모든 플랫폼들을 넘나들 수 있었긴 하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시스템이 너무 무거워져서 제법 덩치가 있는 인텔맥에서나 쾌적하게 쓸 수 있긴 했다. 더구나 그걸 해킨으로 만들어서 쓰면 알게 모르게 자질구레한 문제가 생겼기도 했고. 특히나 Ryzen 해킨을 했던 나로서는 OS가 업데이트 될 때마다 정기적으로 많은 수고를 들였던 것도 같다.

M1/M2 시절이 되고나선 초창기에나 그런 시도를 했지 지금은 전혀 하지 않는다. 파워풀한 GPU가 필요하지 않은 이상엔 x86 머신은 투자비용이 맥에 비해서 작게 들고 많은 메모리/파일 시스템을 붙여쓸 수 있어서 외부에 놓아두고 리모트로 접속해서 쓰는 것이 여러 가지로 바람직하단 결론을 얻었다. 멀티부팅을 한다거나 가상머신으로 뭔가를 하려고 했을 때 생겨났던 여러 가지 번거로움을 떠올리면 그러하다. 또 M1/M2 Mac에서 aarch64 linux를 qemu 혹은 docker로 설치해서 쓰는 방법도 있지만, homebrew가 워낙 지원이 잘 되고 있어서 그냥 M1/2 MacOS native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좋다.

Mac Mini에서 Macbook으로 넘어오고 나서는 무엇보다 편리한 게 이동할 때마다 매번 시스템을 켜고 끄고 해야 할 일이 없다는 장점이지 싶다. 나처럼 맥북의 디스플레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나로서는 가끔씩 Mac mini에도 소형 배터리를 달아서 (어차피 디스플레이가 없어서 전력소모도 매우 작을 것이므로) 포터블로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적어도 USB PD로 외부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고 하면 외부 배터리로 이동 중에도 시스템 상태를 유지시킬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 power가 필요하지 않는 deepest sleep mode 같은 것이라고 있으면 좋지 싶은데, 그게 안된다.

그러니까 USB-C로 전원 공급도 안되고 외부 전원이 필요 없는 sleep mode도 지원하지 않으니까 mac mini는 여전히 이동성이 좋지 않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적고보니 뭔가 mac mini에 대한 바램만 늘어놓은 셈인데, 현재의 상황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이 macbook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일을 하려면 메모리가 제법 많이 필요해서 16GB 이상의 RAM은 어쩔 수 없고 최소 2개의 display를 동시에 쓰려면 어쩔 수 없이 10개 이상의 GPU core가 필요하긴 하다. 내 경험상 CPU core가 많아져서 생기는 성능 이득을 체감하려면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이 CPU 요구가 특별히 많아야 하는데, 그런 경우는 나에겐 드문일이라 13인치 macbook pro + 16 GB RAM + 512GB SSD 모델 정도가 최소 사양이지 싶다. 이동성과 디스플레이를 포기하면 같은 조건에서 mac mini로 CPU의 사양을 살짝 올려볼 수 있으니까 당장엔 이것도 좋은 선택이지 싶긴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