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지금도 한 그릇 할 생각을 하는 것일까?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ㅇ동에 몹시 탐닉하게 되는 것. 이게 1년 내내 지속되진 않고 어떤 계기(?)를 통해서 1년 중 1-2주 혹은 길게는 한달 정도 몰두하게 되는 것 같다.

여기에는 내게 파트너가 있거나 없거나 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것 같다. 뭐랄까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파내려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할 것 같다. 그러니까 단기간에 특정 토픽에 관해서 열심히 관련 문헌들을 찾아서 그것에 대한 지식이 어느 수준에 올라설 때까지 몰두하는 것처럼이나 특정 배우나 특정 스타일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원치 않게 쓸데없는(?) 지식이 많이 늘어나게 되어 원치않은 시점에 저절로 드러나버리게 되는 대참사를 경험하게 되기도 하고.

이 모든 것에는 인터넷에 너무 친숙하게 살아온 내 인생 이력에 원인이 있다.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에 재미가 들리고 보면 구하기 힘든 것을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가며 결국에는 얻어내는 즐거움이 있는가 하면,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얻는 부수입(?), 그러니까 어떤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이 얻어지면서 미지의 세계가 계속해서 열리다보니 이 단발성의 이벤트는 ‘단발’로 끝나지 않고 쓸데없이 깊어지고 장기화되는 경향을 띤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동은 볼 때마다 다른 감흥을 나에게 전달한다. 이 역시도 ‘아는 만큼 보인다’란 말이 딱 와닿는다. 예전과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그 옛날 감명 받았던 혹은 새롭게 감동을 주는 ㅇ동을 보고 있는 날 보노라면 뭐랄까 또 한번 한심함을 금할 길이 없다.

난 충분히 많이 살아왔고 많은 경험을 했고 많은 사람들을 알아왔지만 난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정말 그대로 이해하는 데는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뭐랄까 일반적인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행동이 쉽게 이해되는, 그래서 다음으로 이어지는 행동패턴이라든가 쉽게 예측이 가능한 세계가 아닌, ‘저들은 왜 저렇게 살고 있을까?’가 쉽게 이해안되는 세계? 그래도 뭔가 이해해보려고 하는 나 자신이 한심한 거다. 쓸데없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이해하려하는 것만큼 바보같은 것도 없단 생각을 가끔한다.

왜? 어차피 내가 알아야할 이유도, 이해해야할 필요도 없는 것들에 대한 괜한 호기심은 또 다른 호기심을 낳고 그런 식으로 원치 않았던 세계에 빠져들게 할 뿐이다.

아무래도 그간 내가 좀 우울했던 나머지 벌어진 결과인 것인지, 지겨운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나만의 방법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깨닫음을 얻는 것은 세상을 오래 살아야 얻을 수 있는 재미(?)처럼 받아들이는지도 모른다.

경험하고 느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앎’이 있지만, 그것들을 내가 모두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되려 끄집어내서 내 삶을 복잡하고 불편하게 한다면 적당한 선에서 끊어내는 것도 나름 살아가는 기술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