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병원 관리 소프트웨어..?

한참 전인가 누군가 치과병원을 확장해야 하니 뭔가 체계화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면서 나더러 도와줄 수 없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와서 잠시 뭔가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을 컴퓨터 관련된 것이니 (실제로 그렇지 않다)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는데, 실제로 밖에 나가보면 그냥 공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컴퓨터를 잘하지 않겠냐며 자신의 잡일을 말도 안되는 보수를 주면서 해달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를 맞이하게 된다.

그 보수라는 게 잘은 모르지만 자기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에게 주는 돈 보다 조금 작은 정도? 원래 컴퓨터를 잘하는 사람이니 뭐든 단숨에 해치울 거란 가정에서 대충 1주면 되겠지 뭐 이런 심산으로 일당을 계산해서 주면 ‘이것도 충분히 많은 거야..’하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웃긴 것은 자기들은 치과 전문가라며 엄청 나게 많은 보수를 받아가면서도 그런다는 거지. 타인의 전문 분야는 그냥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거다. 일단 일의 규모와 일하는 사람의 수, 그리고 온전히 자신의 병원에 특화된 무엇인가를 만들어 달라는데, 내가 무슨 새로 회사를 차려서 새로운 기회를 엿보기 위해 그 병원을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정말 기가막혔다.

그런데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그 사람들이 IT 계통에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일단 컴퓨터는 고사하고 일반 IT에 대한 용어도 잘 이해를 못할 뿐더러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러나 전문 업체를 이용해서 하게 되면 많은 돈이 들게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기에, 터무니 없는 가격에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고 그러는 거다.

이러한 이유로 대충 1주일 일해주다가 관뒀다. 처음에 얘기했던 것과 계속해서 이것 저것 해달라는 요구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일하는 태도가 늘 일관된다. 어디서 일당 잡부를 데려다가 병원의 시설을 보수하게 한다거나 할 때의 태도다. 일당 잡부라도 이런 태도를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텐데 하물며 아르바이트를 요청받아서 와 있는 입장에선 더욱 더 이해하기 힘들었으니까.

그렇다고 정식으로 계약서를 써서 뭘 어떻게 하겠다란 것도 없었으니까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이니 싼 값에 잘 부려먹고 우려먹자는 심보가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병원도 사업인거라 적어도 누군가에게 뭔가 일을 맡겨서 하게 하려면 계약같은 것도 철저하게 하고 계약 이외의 요청을 할 때는 충분히 양해를 받아야 하고 그에 상응한 더 많은 보수를 지불해야 하고 등등의 것들을 전혀 모를리가 없을텐데 말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느끼는 바는 하나 같다. 병원에 있는 장비라는 게 매년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장이 나지 않는 한 꽤나 오래 사용해야 하는 것이고 그러다보니 같이 딸려오는 소프트웨어나 문서들의 수준이 한심한 경우가 많고 매우 오래된 OS에 올려서 써야 한다는 거다. 대조적으로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는 이런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이니까 일단 대응자체가 너무 힘들다.

그래도 이 사람들 이것 저것 전부 통합된 시스템을 원하고 있는데, 사용하는 장비가 다 제각각이고 말도 안되는 오래된 요구사항으로 가득한 물건인데도, 표준 따위라는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자동화를 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데도 어차피 싼값에 사람을 데려다 쓰면 되니까 그런 것은 생각조차 않는다.

얼마전에 가봤던 치과하나도 모니터에 올려놓은 소프트웨어를 보면 아주 고색창연한 windows XP스러운 느낌이었는데, 그 사람들은 그런 걸 원한다. 따지고 보면 깔끔하고 잘 정돈되고 폰트까지 잘 신경써진 그런 화면을 생각하는 내가 되려 이상한 사람이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이 사람들은 그러니까 가격은 싸야 되고 모양은 이뻐야 하면서도 성능도 좋아야 하고, 그런데 엄청나게 오래된 소프트웨어를 문제 없이 쓸 수 있어야 되고, … 그런데 알고 보면 윈도우즈 XP나 7, 10수준에서 (사실 11 가도 별 거 없다만) 2000년대 초반 수준의 UI로 무장된, 그리고 걸핏하면 에러나는 그런 소프트웨어를 원한다.

내가 MacOS을 주로 사용하게 된 뒤로는 사실 윈도우즈는 쳐다도 안본다. 아니 그 세계 자체에 대한 정이 다 떨어졌다. PC를 꼭 사야한다면 해킨을 하거나 리눅스를 올려서 쓰지 Windows는 고작해야 피치 못할 때 VM으로나 올려서 쓸 뿐이다.

누군가 신뢰할만하고 모양도 좋고 빠르고 가격도 좋은 소규모 사업장의 시스템을 구성하겠다고 하면 지금이라면 그냥 mac mini를 쭉 깔아놓고 쓸 것 같다. 윈도우즈처럼 수시로 문제를 일으킨다거나 하지도 않고 이런 저런 쓸데없는 것들을 잔뜩 설치해서 써야할 필요도 없으니까.

회사에서 사용해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PC를 10대 들여놓고 병렬로 묶어서 일을 시키고 있는데도 그 중 1대가 시름시름하다가 저 세상에 갔다. 예전 같으면 고치고 하겠지만 내가 해야 할 일도 아니고 그냥 귀찮아서 죽은 상태로 내버려두고 있을 정도다. 가격대비 사양은 훌륭하지만 이렇게 고장이 나버리면 어디다 수리를 의뢰하고 관리하고 받아오기가 매우 불편하다. 과연 Mac이라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 싶다.

어찌보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못해서 짜증이 난다고 하소연 했던 적이 있는데, 사실 이 분야 밖에 있는 사람들과 컴퓨터 이야기를 안해봐서 그런 거지 싶다. 웃긴 건 이 사람들과 맛있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박사학위를 받아도 안 아까울 정도로 박학다식하다는 거다. 농담이다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