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time you go away..

이거 무지무지하게 오래된 노래인데 오늘 아침 갑자기 이 노래가 떠올랐다.

가사를 대충 훑어보면 어차피 겪을 거 같이 다 같이 겪어낸 사이인데 왜 떠나냐, 어차피 새로운 사람 만나면 또 같은 거 겪게 될 거 아니냐, 그런데도 떠나려거든 내 일부를 가지고 가라 뭐 그런 뜻이다.

생각해보니 난 오래 사귄 사람을 떠나 본 적이 없다. 다 내 곁을 떠나가는 걸 봤지. 붙잡으려고 했던 사람도 있고 아예 잘가라 하기도 싫었던 경우도 있고 고맙다 하고 싶었던 경우도 있었던 것 같다.

글쎼 이 사람들 왜 나를 떠났을까 생각해본다. 하난 양다리 걸치려다 들통나서 환승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었고 하난 현재 마땅한 대안은 없지만 더 좋은 대안이 있겠지 하고 헤어지자고 한 경우도 있고 하난 내가 밀어내서 스스로 떠나간 경우도 있다. 말하나 마나 가장 좋은 예후는 내가 밀어내서 떠나보낸 경우다. 양다리 걸치던 경우가 가장 안좋았는데 그때가 그렇게 누군가 떠나가는 경우가 처음이었어서 후유증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사실 양다리까지 가게 된 것은 내가 여러 번 그만 두려했던 것을 상대방이 잡아오면다가 ‘을’의 연애를 하던 상대가 이 때다 싶어 복수한 것도 없지 않았는데, 내가 그 사람이 되어보진 않아서 모르지만 그 쾌감이 엄청 짜릿했겠다 싶다. 나도 가끔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나의 존엄성을 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상대방이 너무 절실하면 원치 않게 계속 ‘을’로 지내게 되는데, 뜻하지 않은 좋은 기회를 맞아서 양다리를 걸치게 되면 뭐랄까 노예 상태에서 해방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럴 땐 날 ‘을’로만 취급해오던 상대방의 피를 말리기가 정말 쉬워진다. 오래가진 않겠지만 나에 대한 절실함도 느끼게 해줄 수 있고. 어차피 일단 양다리를 걸친다는게 결국에 둘 다 잃어버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은 짓이라 괴로움을 떨치지 못하던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고 해서 남은 걸친 다리 하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되진 않는다. 대개 하나가 떨어져 나가면 나머지 하나도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한다.

내가 경험으로 누굴 만나든 그 사람과 좋은 관계를 이루었다고 하면 중간에 뭔가 크게 걸려서 갑자기 관두자느니 하는 짓을 하면 안된다. 하려거든 정말로 다시 안 볼 생각이어야 한다. 얼마 못 견디고 다시 만나고 할 거라면 절대로 하면 안된다. 상대방은 물론 나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래서 누군가 더 괜찮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난다? 그것은 정말로 운이 좋아야 가능한 거다. 지금 관계가 너무 좋았었다보니 혹여 다른 사람을 만나면 분명히 더 좋지 않을까 하겠지만 그게 절대로 쉽지 않다.

인간관계라는 게 정말 쉽지 않다. 누군가가 좋아지면 깊히 빠져들고 그러다보면 자존심이고 뭐고 따지지 않게 될 만큼 그 사람이 절실해지고 그래서 서운함도 느끼고, 그래서 답답해 하다가 다른 사람을 몰래 만나보기도 하고, 그게 잘 되면 너무 깊히 빠져들지 않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면 괜히 더 불편해지고. 오히려 더 절실해져서 을의 수렁으로 계속해서 빠져들고. 상대방에게 아무런 기대나 욕심을 갖지 않으려고 해도 그런 마음은 자꾸 생겨나고. 당장엔 그 사람을 믿고 싶지만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이란 게 있을리가 없고 그런 걸 생각하자니 그냥 아무도 없는 게 낫겠다 싶고.

그래서 내 앞에 누군가 나타날 때마다 힘들어진다. 보나마나 또 엄청난 감정소모와 끝없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게 뻔하니까. 그렇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배우는 게 없다.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도 경험하고 깨닫음을 얻고 해도 그 때 마다 다 다르다. 이 땐 이래서 불편했고 저 땐 저래서 불편했다 하는 생각만 들 뿐. 그래도 누군가 있어서 좋다 라는 생각을 해야 할텐데 그렇지가 못한 거다.

내가 엄청 잘 나서 내가 아무렇게나 대해도 늘 누군가가 내 곁에 있고 새로운 사람도 늘 나타나서, 늘 새로운 관심거리가 생겨나서 누구에게도 집중할 수 없게끔 내 생활이 바쁘고 해서 그 누구에게도 과하게 집중하거나 바라거나 서운해 하지도 않았으면 하지만, 그것은 늘상 바램일 뿐, 결국 내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상대에 대한 아쉬움과 공허함 뿐이다. 그냥 욕심이 과한 거다.

그냥 내 자신이 그 누구에게도 호감을 느끼지 않고 깊게 빠져들지 않지만 누구든 나와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할 만큼 매력이 있는 정도로만 있으면서 더 이상 거리를 좁힐 틈을 주지 않아서 그 상대방이 날 마치 낚아 놓은 고기처럼 우습게 여기지 않고 늘상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다. 그런 관계면 복수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고르게 유지하는 것도 비난 받을 일이 없고 혼자라는 기분이 들 새도 없을테니까. 한쪽에 너무 치우쳐져서 내 모든 것을 다 주어버리는 어리석은 짓도 하지 않을테고 말이다.

이런 걸 ‘어장친다’고 하는 건가? 그냥 ‘두루두루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게 내 생각이다’라고 밝히고 그들 모두를 그냥 ‘좋은 친구’로 곁에 두고 싶겠다면 어쩔 것인가? 더러는 ‘ㄱㅅㄲ’라고 하겠지만 ‘싫으면 잘가~’ 할 수 있을 만큼의 잘난 이들에게나 가능한 일이겠지? 거참 잘난 이들은 세상살기 편해서 참 좋겠네. 그냥 즐겁게 지내면서 누구한테 너무 빠져서 내가 망가지는 꼴도 보기 싫고 상처받고 싶지도 않겠다는 건데 뭐가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