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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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만나본 사람들과 대화해 본 결과로는 난 상당히 많은 곳을 다녀봤고 뭘 어떻게 해야하고 어떻게 여행을 다니는지 제법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아마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 출장을 제법 다녀본 결과이지 싶다. 내가 미국으로 이주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여행 경험이 생겼지 싶지만, 사실 ‘낯선 곳에 가보는 경험’의 끝판왕은 사실 ‘이민’이라 만랩을 찍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아마도 가성비이지 싶다. 그러니까 내가 투입한 자원대비 결과가 그다지 훌륭하지 않았던 경험이 많아서. 괜히 낯선 곳에 가서 ‘그 동네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이리 저리 바가지 씌움 당하고 별로 좋지도 않은 곳에서 많은 돈을 주고 묵는다는 것이지 싶다. 무엇보다도 돈 쓰면서 스트레스 받는 거라고 해야지 싶다.
여러 가지로 감정이 메마르거나 좋은 경험이 없어서 혹은 너무 돈을 아껴쓰려고 했던 때문인지. 여행이란 것이 갖는 특수한 심리적인 의미/가치를 무시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것이 물리적이 아닌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성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싶다. 다시 말하자면 ‘(누군가와 혹은 혼자) 특정 어떤 시점에 어딘가를 가서 좋은 것을 보며 재밌게 먹고 놀다 왔다’라는 경험을 돈을 주고 사려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인 거다.
만일 나에게 무한 자원이 공급되는 상황이라면? 그렇다면 세상의 좋다는 곳은 다 여행가보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보고 싶다. 될 수 있으면 그 사람들과 친구도 되고 싶고. 가장 좋은 곳에 묵으면서 차량 따위 구애받지 않고 다 렌트해서 좋다는 덴 다 가보지 싶은데. 막상 삶의 여러 기회를 통해서 이런 경험은 다 해봤지만 생각보다 그 정도의 가치는 매기고 싶지 않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아닐까?
무엇보다도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말 그대로 최대 가성비로 어딜 다녀왔다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난 여행을 가는 것일까 싶을 때도 있다. 어디가서 바가지를 썼거나 많은 돈을 지불했는데 형편없는 곳에 가서 형편없는 서비스를 받았거나 그런 경험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계속해서 뭔가 예약하는 것을 주저하고 패키지 여행이다 뭐다 하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사실 그래봐야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여행을 좀 해 보면 안다. 단독으로 예약해서 관리하는 여행이 더 자유롭고 예상밖의 경험을 더 할 수 있고 그 때 그때 직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다만 나는 나 자신이 현지 전문가도 아니고 해당 지역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으니 패키지 상품에 못 미치는 여행 경험을 할까봐 미리 두려운 것일 뿐. 어차피 나 좋자고 하는 여행,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명소들 다 찍고 오지 않은들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