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와 커맨드라인...

자동화라는 말은 하도 옛날부터 나왔기에 ‘현대사회’와 ‘자동화’를 결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이 어찌보면 진부하게 들릴 것 같다.

뭐랄까 조금 늙은 사람이 되어버린 내 눈으로 보기에 사람들은 역사책에나 나오는 ‘산업혁명’시기에 자동화를 통해서 큰 재미를 봤지만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고 힘들어졌다고 하고, 그 이후로도 늘 자동화를 추구했지만 여전히 자동화를 하고 있고 그 자동화 때문에 사람들이 직업을 잃는 일이 일어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떤 이는 ‘자동화’를 통해서 일을 없에는 것이 일이 되는 시대가 온다 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산업혁명시기에는 기계가 사람이 몸으로 하는 일을 대신하기 시작했고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에는 마찬가지로 사람이 머리로 하는 일 중에 계산 중심 혹은 반복적/기계적인 일을 대신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AI의 도움을 얻어서 아예 컴퓨터와 로봇이 인간의 일을 완전히 대신하게 되어 더 이상 인간이 가진 지능이 이젠 더 이상 뛰어나다 할 수 없는 지경에 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공지능 자신이 인공지능 자신을 활용함으로써 스스로 성장할 수 있고 그래서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의 엄청난 수준의 지능 단계에 도달하게 됨으로써 마침내는 인간을 지배하고…등등의 SF 소설에나 나오는 일이 현실화되는 거라고도 한다.

모르겠다. 얼마전엔 한국의 행정전산망에 장애가 생겨서 모든 업무를 수기(?)로 하는 일이 발생했다고도 하는 시절이니까. 인공지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없으나 엄청난 컴퓨터 자원이 없으면 안되고 그 컴퓨터 자원이라는 것은 아직도 여러 가지 물리적인 연결이라든가 장치에 의해서 구동되는 것이라 또 이런 것들을 유지 보수하는 과정 자체는 컴퓨터가 하는 일처럼 자동화가 되지 못하므로 아직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많다. 더구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미국같은 곳에서는 아직도 일 시킬 사람이 없어서 난리다.

이곳이 기계가 인간을 대체 못하는 곳이라 그런가? 아니면 컴퓨터에게 일을 시킬 수 없어서 그럴까? 인공지능을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그런가?

답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부족하다. 일하기 싫어하니까. 그리고 사람이 사는 곳이라 일이라는 게 의미가 있고 세상이 돌아가는 것이라 사람의 응대가 필요한 곳이다. 인공지능이라든가 덜떨어진 웹인터페이스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살아가고 있으니까. 그래서 뭔가 많이 비효율적인 것 같아도 사람을 고용해야만 돌아가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저 뭔가 좀 현대적이고 고학력에 높은 기술수준을 가지고 있어야 되고 젊고 잘생기고 아름다워야 하고 높은 연봉을 받아야만 될 것 같은 이상한 강박관념으로부터 벗어나면 충분히 살만하다.

세상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차있고 그런 이들을 위해 돌아가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이들이 주를 이루는 세상이다. 세상의 흐름에 뒤떨어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90년대에 인터넷이 나오고 WWW라는 것이 나왔다며 놀라워했지만 당시의 수준은 처참했고 그런 허접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놨을 때 과연 사람들이 잘 따라올까 했지만 지금은 동일한 수준의 처참한 인터페이스를 스마트폰으로도 잘도 사용하는 시절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잘도 따라와주었다(?)는 생각이다. 어떤 이들에겐 웹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더 좋아보일 수 있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많다. 문자언어보다도 음성언어로 소통하려는 사람이 더 많고 그래야 안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뭘로 보나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데 그걸 선호한단 말이다.

핵가족을 넘어서 핵개인화가 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핵개인이라는 말이 별로 낯설다 라거나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다. ‘핵존맛’은 귀여운 맛이라도 있었는데 ‘핵개인’은 좀 씁쓸한 느낌이지만. 대가족이 일반적인 시절에서 핵가족이란 말이 쓸쓸한 느낌을 주었을 만큼이나, 4인가족이 보편적인 모양새가 된 뒤로 딩크니 2인 가족(?)이 흔해졌다는 말에 받았을 느낌 만큼이나, 그걸 넘어서서 1인 가구가 허다한 시절이 되었으니까 이젠 ‘핵개인’이란 말은 오히려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거다.

어차피 가족의 모양새로 피붙이들과 같이 살고 있어도 이미 이젠 생존을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생활의 모든 면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이가 없을 거다. 늙어죽을 때까지 누군가의 도움없이 살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어야만 한다. 어차피 힘들어지면 부모나 형제 자매 신세 질 수 없는 세상이니까. ‘나 혼자니까…’ 별 부담이 안되는 세상이 아니다.

가족의 도움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가족의 일원이 편안히(?) 잘 살아갈 수 있었던 그런 시절이 좋지 않았을까? 비록 타인의 능력으로 생존할 수 있었던 그들이 핵개인 보단 행복할 것 같지 않을까? 또 이 세상에 그렇게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만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어쩌겠나. 나 혼자 뿐이고 그 누구도 내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 내 삶의 도움이 되어달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을.

자동화를 잘 해내려면 화려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보단 커맨드라인 인터페이스가 편리하고 화려한 언어보다는 간결하게 끊어지는 shell script라든가 perl이 좋아지는 나야 말로 진정 할배가 아닌가 하는 글을 적어보려고 했는데, 생각이 다른 곳으로 흘렀다.

웃긴 것이 사람들이 흔하게 쓰는 자동화툴 대부분이 어떤 그래픽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다루기 보단 커맨드 라인으로 구동하는 것들 중심으로 되어있다. 아니 화려한 그래픽 인터페이스로 되어있는 것들을 쓰다가 커맨드라인 명령어인데 몹시나도 유용한 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아직도 난 유치원생 수준으로 컴퓨터를 구사하는가보다 싶기도 하고. 또 마우스와 GUI를 넘어서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에 엄청나게 익숙한 지금 세대의 사람들이 언젠가는 그들이 하는 대부분의 일을 자동화해야할텐데 그렇다면 이 고통스러운 커맨드 라인 인터페이스에 어떻게 적응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를테면 웹인터페이스를 쓰는 어떤 서비스를 이용해서 자동화를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puppetier 같은 것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것을 잘 사용하려면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와는 전혀 거리가 먼 처철한 html/javascript와의 씨름이 된다. 웹 페이지가 최근의 저작툴로 만들어졌다면 더더욱. 화려하다면 더더욱.

그런 걸 생각하면 자동화도 결국엔 늙은이들의 몫이 되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늙은이들이 고생해서 만들어놓은 터치인터페이스를 누리는 것도 어린이들의 몫, 다시 어린 이들이 편하게 자동화하는 것도 결국 늙은이들의 몫인가 하는 생각. 그래. 기왕에 컴퓨터를 노가다 수단으로 쓰면서 살아왔으니 그렇게 한 세대를 마무리하고 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