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반죽과 나의 어리석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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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작년부터 빵 반죽을 가끔씩 해서 이것 저것 만들어먹고 있다. 하지만 그다지 큰 진전을 보고 있지 못한데, 그 큰 이유가 용도에 맞는 빵 반죽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니, 빵을 만들지만 어떤 빵을 만들겠다는 목표는 접어둔 채로 지금 껏 반죽 실험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례로 피자를 만들어 먹으려는데 푹신하고 부드러운 빵반죽을 만든다거나, 식빵을 만드려는데 뻣뻣한 느낌의 반죽을 만든다거나 하는 거다. 이제 겨우 굽고 튀기고 찌고 하는 빵을 고작해야 총 10번도 못 만들어본 내가 빵 반죽 기술이나 노우하우 따위가 나에게 있을리 없지만 적어도 생각이란 게 있다면 이렇게 한심하게 만들 일은 없었을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레시피의 정량대로 계량해서 만드는 것도 잘 하지 못한다. 가장 좋은 것은 어떤 재료들이 들어가야 되고 반죽을 손과 눈으로 느껴보고 어느 정도의 습도가 필요한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 거다 라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그렇게 아무렇게나 만드는 거다.
빵의 부드러움은 지방과 물이 얼마나 함유되어있는지에 따라 결정되고 굽거나 찌거나 튀기기 전에 습기를 머금은 정도가 대단히 중요하다. 난 이 사실을 매우 쉽게 간과했다. 그저 반죽이면 다 같은 반죽이겠거니 한 거다. 또 굽거나 튀겨지기 전에 얼마나 부풀어 있었는지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니까 용도에 맞춰서 반죽의 되짐을, 또 어떤 재료가 들어가야하는지를 결정해서 만들어야 하는 것도 잘 몰랐던 거다.
피자는 수분이 좀 적게 해서 구워진 빵이 약간 뻗뻗해야 좋은 식감인 것이고 식빵은 되도록 수분과 유분이 제법이 많아서 구워진 빵이 촉촉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찐빵 역시 수분을 많이 머금은 상태여야 결과물이 촉촉하고 좋은 식감을 가질 수 있고 튀겨진 빵 (도넛)도 마찬가지다. 물론 원하는 정도의 찰기와 부드러움을 반죽할 때부터 잘 유도할 수 있어야 어디 가서 빵 반죽 좀 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것을 빨리 깨닫고 잘 응용할 수 있으려면 그만큼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된다는 것.
사람은 말로 이야기 해준다고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다. 특히나 나란 사람은 백마디 말보다 여러 번 보여주고 실패시켜야 그 때가 되어야 그 쉬운 원리 하나도 깨우칠 수 있는만큼 어리석은 존재라는 걸 살면서 깨닫고 또 깨닫는다.
이렇게나 어리석은 사람은 말 한마디로 표현되는 그 쉬운 것 하나도 깨우치기가 어려운 거다.
누군가가 겸손하면서도 늘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고 세상 일에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실패와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기쁜 일이 생겨도 너무 기뻐하지 않고 괴로운 일이 생겼다고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거나 괴로워하지 않으며…흡사 무슨 공자에나 나올 법한 일이지 싶지만. 현자는 태어난다기 보단 끊임없는 실패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운이 아닌 나쁜 운이 겹겹이 일어나다보면 ‘나는 현자가 되려는 운명인가보다’ 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