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대믹 이후 2년간의 삶..

팬대믹이 끝나갈 무렵에 많은 사람들이 새로 채용되었다. 그러다 대충 1년 쯤 지나고 나서 대부분이 다 layoff를 당했다. 이미 필요하지도 않은 수 많은 사람들이 채용될 때 부터 조심스럽게 예상되었던 일이었지만 그것이 실제가 되고보니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뭐랄까 잔인하단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일요일이 되고보니 그 시절 같이 회사생활을 하던 사람에게 용기를 내어 연락을 해 보았다.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물어볼 이유도 없고 해서 그 시절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 이후로 소원해져서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신기하게도 예전에 같이 시간을 보내던 사람과 연락을 하면 그 시절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무슨 일을 했었는지 나의 관심사, 고민거리 등등.

가만 생각해보면 그당시에 나는 얼마전 헤어진 누군가와 사귀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를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딱 2년전이었었다. 내가 이 사람을 만나도 되는 걸까 하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과 고민 끝에 사귀게 되었다는 것과 그렇게 그 이후로 정말 엄청나게 많은 일이 일어났었다는 것을 깨닫았다. 불과 2년도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코로나가 한창이던 2년의 시간은 마치 blackout이 되었던 것처럼 나에게서 사라져버렸고 그 이후의 2년은 마치 폐허가 된 공간에서 싹이 터서 자라나고 그것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는 시간이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 울창한 숲이 계속해서 나이를 먹어가는 시간이 되었달까.

암흑과도 같은 고독으로 괴로웠던 2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니 회사는 열심히 사람들을 뽑아댔고,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게 되는 기쁨과 함께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났고 그 덕택에 우리는 새로운 사람들이 옛날 사람들에게 주는 기쁨과 즐거움에 도취되어 그렇게 1년을 보냈다. 즐거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제 그 ‘사람’이 ‘사람’에게 주던 기쁨은 권태로움으로 바뀌고 새로운 얼굴들은 어느 틈에 회사를 다 떠났다. 다시 썰렁했던 팬대믹 이전의 사람들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거다. 구조조정 같은 걸로 수시로 사람들을 자르고. 그래서 얼마전까지 가끔씩 눈에 보이던 사람들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안보이게 되고 그렇게 다시 흉흉해지는 거다.

나 역시 팬대믹이 끝나고 찾아온 기이하고 감사할만한 새로운 인연을 맞이하며 깊은 고민 끝에 그 사람을 나의 세계로 받아들이고 그렇게 꿈만 같던 1년을 보내고 나니 결국 그렇게 사람이 사람에게 주는 권태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새롭게 만난 사람은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일 때에 나는 늘 나의 외로운 생활의 종지부를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만일 그렇게 되면 언젠간 다시 상처받고 외로워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갈등하다가도 결국 마음의 문을 열고 누군가를 받아들이고 기쁨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또 그렇게 상처 속에 떠나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