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신의 문제 발견하기..

살다보면 가끔씩 마음이 불편할 때가 찾아온다. 내 가슴을 뭔가가 크게 짓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그런 때다. 대개 이런 일은 가까운 사람과 문제가 생길 때 특히 심해지는데, 언뜻 생각하면 그 사람과의 문제가 원인이 되어 마음이 불편하게 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더 뜯어서 생각해보면 나의 삶의 습관 때문에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들이 하나도 풀리지 않은 채로 마음속에 고이고이 쌓여있었기 때문인 거다.

이런 상황이 삶에서 계속 지속되면 내가 받아낼 수 있는 스트레스의 한계가 점점 커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 내가 어떤 한계상황 (폭발직전)에 이르렀음에도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른다. 그러니까, 내가 너무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 해 본 적 없으니 힘든 상황은 점점 가중되고 한계상황에 이르러도 그런 상황에 놓였던 적이 많았기에 한계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게 계속해서 안좋은 상황으로 떨어져 간다. 참을성이 늘어나고 그렇게 사람이 성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이것은 사실 마음의 병이 깊어지는 것이다.

문제가 너무 심해지게 되면 결국 참지 못하고 폭발하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주변 사람들에게 털어놓게 될 수 밖에 없지만, 자신의 상황이 아주 안좋아지면 이 마저도 할 수 없다. 혼자 끙끙대면서 살아야 한다. 아주 가까운 친구라도 갑작스럽게 심각한 개인적인 문제를 털어놓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혹여 그렇다고 한들 별 다른 문제가 없이 잘 살아온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이해하긴 쉽지 않다.

일반적인 성인이 건강한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아무리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고통을 호소해야할 만큼 힘들어지진 않는다. 다만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같이 시간을 보내달라고 할 수는 있어도. 그 스스로가 가진 힘으로 어떻게든 풀고 회복할 수 있으니까. 또 그로 인한 인지왜곡이 일어나기도 쉽지 않다. 한번도 무너져 본 적 없다면. 흔한 인지왜곡은 남들이 나를 싫어할 것 같고, 모든 상황이 부정적으로 보이고 그래서 한도 끝도 없는 죄책감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만약 스스로가 인지왜곡을 겪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면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한다.

아쉽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나에게 인지왜곡이 일어나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했다. 이미 인지왜곡과 함께 살아온 시간이 너무 길었어서 그게 ‘왜곡’이란 생각을 하지 못한 거다.

대개 어떠한 이유로 (강력한 스트레스 혹은 뇌의 호르몬 불균형?) 우울증이 촉발되면 곧바로 인지왜곡이 일어나고 그 인지왜곡은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을 만들어내고 그래서 상태를 악화시키고 더 많은 인지왜곡이 일어나게 만든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닭과 달걀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글쎄 멀쩡했던 사람이 일부러 자신의 인지체계를 망가뜨리게 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약물치료를 통해서 호르몬의 불균형이 어느 정도 가시게 된다하더라도 손상받은 인지체계는 어떻게든 다시 건강한 상태로 복구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인지체계는 언제든 작은 자극에도 나를 다시 우울한 상태로 밀어넣게 된다.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일단 일어나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 날 빨리 저세상에 보낼 수도 있고 죽을 때 까지 우릴 괴롭힌다. 우울증도 한번 발현되면 그것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괴롭힌다. 사람들로부터 고립시키고 세상으로부터 우릴 고립시킨다. 이겨낼 힘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어떻게든 우리 스스로를 그렇게 구원해야 한다. 우울의 바닥 끝으로 떨어졌다가 운좋게도 조금이라도 올라와보면 멀쩡한 세상이 주는 기쁨에 놀라고 감사할 줄 알게 된다. 우울의 바닥에 있는 것은 한없이 괴로운 일이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상태를 잘 알아채고 관리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세상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감을 만끽하고 감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럴 수록 어떻게든 이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 그만큼 간절해진다. 무엇보다 이렇게 되려면 조금이나마 상태가 좋아질 때마다 망가진 인지체계를 고쳐나가야 한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이것은 고립된 공간에서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서히 나의 망가진 인지체계를 회복시켜야 한다. 망가진 인지체계가 가져왔던 안좋았던 경험들이 모두 좋은 것으로 채워지고 나서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것도 쉽지 않다면 망가진 인지체계 때문에 내게 정말 소중했던 무엇인가를 잃고나야 깨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나를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타인의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어도. 타인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다 내가 결정하는 거다.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내가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