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한대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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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타던 차와 안녕하고 새롭게 탈 차를 사게 됐다.
무슨 차냐고? Tesla Model S..
정말 오랜 시간 눈여겨보다가 이제야 겨우겨우 한 대 손에 넣게 되었다. 사실 이 차를 구입하기 전에 경쟁 차종들 (Bentz/BMW)을 타봤는데 개솔린 차와 모든 컨트롤이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빼곤 별로 매력적인 구석이 없어서 포기했다. 단차라든가 차의 만듬새, 세부적인 부분의 어설픔, 느낌 등등을 따져보면 단연코 독일 차들이 좋지만 내가 있는 지역이 지역이니 만큼 테슬라를 타고 다닐 때의 이점이 더 많다.
차를 인수하자 마자 재빨리 차 등록하고 충전기도 설치했다.
집 전기 공사 상태가 생각보다 나쁘진 않아서 Tesla wall connector를 아주 쉽게 설치했고, 이 장치의 최대 한도인 48A까지 무리없이 잘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전압이 240V 보다 조금 낮아서 출력이 11.3 kWh 정도 나오고 있으니까 100 kWh가 넘게 나오는 supercharger에 비하면 한참 낮지만 그렇다고 공공 장소에 설치된 level 2 charger들은 대략 6-7 kWh 정도가 보통이니까 매우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Mobile connector를 쓰고 100V 전원을 쓰면 대략 10-12A정도로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러면 잘 해봐야 1.2kWh에 불과하다. 온 종일 충전해봐야 30kWh가 되질 않으니까 배터리 용량이 큰 차는 절반도 충전할 수가 없다. 240V 전원을 최대 전류 용량 (32A)으로 쓴다고 하면 대략 7.68 kWh가 나오고 Wifi 접속 같은 것은 없으니까 Wall connector가 편리하긴 하다. 이래도 75kWh 짜리 배터리가 들어있는 차라고 하면 대충 10시간은 충전해줘야 되는 거다.
집과 가까운 곳의 수퍼 차저의 경우 250kW까지 나온다고 하는데 (생각보다 이런 곳은 그렇게 흔하진 않다) 막상 가보면 대략 140kW이상으로 충전이 됐다.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게 확연히 보일 정도다. 충전상태를 2-30% 수준에서 80%까지 끌어올리는데 대략 20분 정도가 소모될 거라고 나온다.
차도 그렇고 충전기도 그렇고 일단 집안에 설치하면 wifi로 모두 묶이게 되니까 관리도 쉽고 정말 편리하다. 다만 집안은 private network이고 외부에서 monitoring하려면 public internet을 사용해야 되다보니 오든 사용패턴/데이터를 테슬라에게 고스란히 알려준다는 문제는 있다.
전기 요금제는 대개 off-peak time에서의 사용료가 줄어드는 대신 그 외 시간의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식으로 되어있는데, 특별히 전기차를 위한 요금제를 쓰면 내가 사는 곳은 12시 이후부터 오후 3시까지가 가장 저렴하게 되어있고 오후 9시 이후부터 밤 12시까진 semi-off-peak time이라 살짝 더 저렴해지게 되어있다. 이미 차의 충전 패턴이 위치를 기반으로 해서 스케줄할 수 있게 되어있어서 집에 있을 때는 늘 밤 12시 이후로 맞춰 놓으면 되니까 편리하다. 그래봐야 얼마나 아끼겠냐 라는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이런 걸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 고속 충전이 가능한 수퍼차저 수준의 요금이 발생한다.
소감? 전기차는 한 번도 운전해 본 적이 없고 (데모 드라이브 한 거 빼고) 얻어 탄 경험만 약간 있을 뿐인데, 궁금해 하던 것들을 한꺼번에 알게 되어서 후련하다.
그외 느낌은
- 차가 엄청 무겁다. 그래서 정지할 때의 관성(?)이 제법 느껴진다.
- 저출력의 개솔린 차와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가속도 좋고 가속할 때 심적 부담 (많은 기름을 태우는 듯한 강한 소음으로 비롯되는)이 없어서 좋다.
- 차의 많은 부분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고 사용자 편의성이 엄청나다는 점. 이 차야 말로 진정 스마트 카라고 부를만 하달까.
- 이제 더 이상 어떤 차도 부럽지 않다. 10년도 넘은 디자인이고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 실내 느낌인데 이게 난 정말 마음에 든다.
- 길에서 매우 여유롭게 운전하게 된다.
그동안 운전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뭔가 강박적으로 빨리 다닌다거나 교통 흐름에 맞춰 빠른 차선만 골라타려고 차선도 자주 변경하는 습관이 들었는데, 일단 작은 차 사고라도 나는 경우에는 잃을 게 많아지는 상황이라 절대로 서두르거나 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