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기타 리프 만들기...

나는 그 오랜동안 기타로 연주곡을 쓰는 것이 굉장히 쉬운 일이라 착각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냥 맘먹으면 아무 때나 만들어 볼 수 있는. 그러나 처음 기타를 잡고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내 곡이다 라고 할만한 연주곡이 없다. 혹시나 나와 같은 생각으로 허송세월하며 살아온 이가 있을까봐 적어본다.

창작 활동이란 게 그렇게 어렵기 때문이라기 보단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서 뭔가 집중해서 해본 적도 없고, 뭔가 하려고 하면 좀 하다가 말아버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뭔가 하려고 했을 때 나오는 아이디어 따위를 아주 우습게 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에 내가 Ikea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듣게 된 Covet의 “Firebird”라는 곡이 있다. 이 밴드의 리더가 나름 자신의 밴드 이름을 걸고 앨범을 낸지도 꽤 오랜데 뭐랄까 내가 듣기엔 ‘어쩌다 기타를 튕기다 맘에 든 리프를 무한 반복하는 구나’의 느낌을 주었다. 물론 ‘너는 그런 리프의 무한 반복을 하면서 만든 너만의 곡이 있냐?’ 라고 하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난 그런 것 조차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저 남의 곡을 수도 없이 커버해봤다거나 그저 남의 소리를 내가 가진 악기들로 어떻게 복사해내나 어떻게 똑같이 연주해보나 그 궁리만을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해왔지 ‘나란 사람은 이런 소릴 낸다’라고 해온 활동이 거의 전무하다.

어쩌다 남의 곡을 카피하기도 뭐할 때 나만의 짜투리 연주랍시고 애매한 리프 몇 개 걸어놓고 어디서 들어봄직한 프레이즈를 남발하는 정도가 고작 아니 전부라고 해야할까?

그 오랜 시간동안 내가 내린 좋은 곡을 쓰는 방법에 대한 궁리의 결론은 이렇다.

그러니까 나는 그동안에 기타를 손에 쥐고 좋은 리프가 저절로 굴러 떨어지길 기대한 거다. 어쩌다 얻어걸려도 그걸로 끝나는 거다. 용케 녹음이라도 해놨다면 기록으로 남게 되는 것이고. 그래도 한참을 지나서 다시 들으면 초라하기 짝이 없으니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한 것이고. 내가 꼼꼼하고 잘 챙겨서 그런 조각들을 잘 모아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도 아니고 어디서 주워들은 것들만 많은 허접한, 그러면서도 20년이 넘게 어디 가서 ‘나 기타 치는 사람이오’라고 까불어 온 존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까.

그런 내 주제를 알면 알 수록 어떤 방법으로 곡을 써야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핵심 모티브를 만들어야 하는지 더 찾아보고 연구하고 연습해보고 해야 하는 건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마치 과일 나무 아래에서 입만 벌리고 있으면 언젠간 내 입으로 뭐든 떨어지겠지 한 거다.

나는 기타 한대로 뭐든 완성시킬 수 있는 그런 뮤지션과는 거리가 먼, 아니 음악 같은 거 어떻게 해야 할지 개념도 없는 그냥 범부중생인 거다. 그러니 죽을 때 까지 정진하더라도 남들이 들어줄만한 곡 하나 간신히 건지면 이 생은 성공하는 거다. 내 주제를 좀 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