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날이 사라진 듯한 기분 느껴보기...

Blog을 가끔씩 매일 같이 적다보면 작게나마 시간의 흐름이란 걸 느낄 수가 있다. 생각이 많을 때는 거의 매일 같이 적기도 하고 하루에도 여러 개씩 적기도 하는데, 그래도 대부분은 날짜의 연속성이라는 게 느껴져서 그래도 내가 무엇인가를 꼬박꼬박 한다, 혹은 내가 나의 삶을 의식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다 가끔씩 하루 이틀이 비어버리는 일이 생길 때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의식은 바로 어제까지 어떤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고 생각이 되면 나의 뇌가 한동안 작동을 정지했던가? 하는 신기한 느낌을 받게 되는 거다. 나의 뇌는 매우 정신없이 자기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뭔가 눈앞에 벌어지는 일이 나의 의식을 온통 빼앗아가면 나는 시간의 흐름을 온전히 잊는다. 더러는 얼마전까지 살아왔던 삶과 전혀 다른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게 되기도 한다.

도무지 나는 5월 19일에 무엇을 했나 떠올려보면 그게 별로 쉽지 않다. 물론 무엇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난다. 바로 어제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뭔가 또렷하게 금방 기억의 공간으로부터 튀어나오진 않는다. 내가 아주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지금까지 일어났던 것들 정도일 뿐. 잘은 모르지만 사람은 이렇게나 현재에 충실하게끔 만들어진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 사람이 과거를 회상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반추에 반추를 거듭하게 되면 좋은 방향보단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의 흐름이 이어지고 그래서 힘들어진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신기하게도 과거에 대한 생각을 하면 나쁜 기억력 때문에 또 선택적인 기억능력 때문에 그때 그때 일어난 일들의 일부만을 기억하고 그 때의 감정도 일부만을 기억한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더러는 시간이 흐르면서 찾아지는 기억의 내용이나 부분도 다르게 나타난다. 이를테면 얼마전까진 어둡고 화가나는 그리고 어딘가 숨어버리고 싶을만큼 창피한 것들만 기억해내고 있었다면 오늘부터는 동일한 시점을 기억하더라도 가슴 뭉클하고 더러는 가슴 벅차오르던 순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 현상을 다시 해석하자면 내가 살아온 생이란 게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던 것이고 그 때의 나란 사람이 살아가며 만들어낸 흔적일 뿐인데 지금의 내 마음의 상에 그것들이 비춰질 때 그 나름의 ‘색’이 입혀지는구나 하게 되는 거다. 어떤 상황을 촬영했을 때 그 결과를 우리가 어떻게 color grading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상황이 전혀 다르게 인식되듯이 말이다.

마찬가지로 ‘나’에 대한 타인의 기억도 그러하다. 아무리 내 마음속에 나에 대한 타인의 기억이 좋길 바래도 그것은 그 사람의 마음의 상이 날 좋게 보느냐 아니냐의 차이에 있을 뿐. 같은 맥락을 나에게 적용해서 나란 사람은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고 착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오직 ‘나’일 뿐이다. 타인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이 진정 ‘나’의 모습이길 바란단 자체가 말이 안되지 않은가? ‘나’란 사람은 시시각각 변화할 뿐더러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그런 존재일 뿐이다.

그냥 ‘나’인 모습으로 지금 현재에 집중하며 잘 살아가자.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그것들에 신경쓰며 살아가고 있다는 말은 내가 그만큼 현재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뜻 아닐까? 유한한 배터리에 들어있는 전기 에너지를 서서히 소모하듯 나는 나에게 주어진 지금 현재를 재미있게 살아가면 그만이다. 생각보다 그 배터리가 제법 많이 남아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아직 누릴만한 재미와 행복이 제법 많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