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필터..HEPA..MERV 이게 다 뭔가?...

이런 저런 사이트들을 다 알아보니 air filter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 수 있었다.

HEPA: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MERV: minimum efficiency reporting value

쉽게 말해서 MERV가 나타내는 값(MERV rating이라고 한다)은 필터가 어느 정도의 먼지나 불순물을 걸러낼 수 있는가를 나타내고 그 값이 17이상이 되면 HEPA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기준이 뭐냐면 0.3에서 1 micron의 크기의 먼지들을 대략 75% 이상 걸러내는 능력이다. 1 micron이상의 크기를 갖는 먼지들은 90% 이상을 걸러내주는 능력인 거다.

구체적인 값은 구글링을 해서 찾아보면 되고, 아주 간단하게 말해서 MERV 9쯤 되면 일반적인 미국의 집 안에서 쓰는 필터급이 된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할 수 있는데, 미국의 집들은 HVAC이라고 해서 난방/냉방이 되는 장치가 있고 그 장치를 돌리기 위해서 집안의 공기를 끌어다 쓰는데, 그 공기를 흡입하는 곳 (intake라고 한다)에 필터를 설치하게 된다. 이 정도의 필터로는 10 micron이 넘는 크기의 먼지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

언뜻 보면 그냥 종이처럼 보이는 fabric이 끼워져있는 그런 망이라고 보면 된다. 사실 이게 무슨 공기 정화기능이 있느냐 할 수 있는데, 적어도 눈에 보이는 먼지 정도는 충분히 걸러낼 수 있게 되어있다. 사실 HVAC은 가만 두어도 작은 먼지들이 끼게 될 것이 뻔한데, 이렇게 흡기를 해서 공기를 데우거나 식힌 뒤에 집안 곳곳으로 내뿜는 시스템에서는 이런 허술한 필터라도 없으면 그 안에 먼지가 잔뜩 끼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고 특히나 그게 유기물질 (벌레, 벌레의 사체 등등)일 경우에는 그 안에 쌓이고 부패하고 하다보니 악취가 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로 MERV 9의 필터를 끼우는 것이 일종의 규격처럼 되어버린 것은 HVAC 시스템의 효율도 효율이고 당시의 필터들이 그다지 좋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정해진 것으로 보여진다. 필터가 불순물을 많이 거르면 거를 수록 좋은 것이지만 그렇게 되면 필터의 가격도 있고 미국처럼 제조사의 기술이 떨어지는 경우엔 조달의 문제도 있을테고 필터가 너무 촘촘하게 거르게 되면 HVAC이 힘들게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내 HVAC의 능력이 나름 괜찮고 수명을 연장시키고 싶고 냉난방을 할 때 뭔가 공기 정화기능도 있으면 좋겠다 하면 MERV rating이 높은 필터를 가져다 끼우면 된다. 그러나, 그런 물건들을 쉽게 구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쉽게 살 수 있는 필터들이 죄다 MERV 9이라고 되어있으니까. 그보다 높은 등급이라고 광고하더라도 정말로 그런 것인지 알 수도 없을 뿐더러.

자동차 에어필터라든가 공기정화기에 들어가는 필터는 대개 HEPA라고 부르는데, 이미 말했다시피 그것이 걸러내는 분자의 최소 크기가 매우 작고 특정 기준에 부합하기 때문인데, 이름난 메이커, 그러니까 성능이 보장되는 회사의 제품이 아니면 사실 HEPA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이다. 그저 모양만 주름잡힌 어떤 종이 패브릭으로 되어있다 혹은 활성탄이 들어있는 두툼한 패브릭이 촘촘하게 주름잡혀있다고 해서 그게 다 좋은 필터라고 볼 수가 없는 거다. 물론 눈에 보이는 먼지나 낙엽 따위는 충분히 걸러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이름의 걸맞는 미세 먼지는 걸러낼 수가 없는 거다.

자동차의 필터를 사실 소모품이라 품질 따위 중요할까 싶은데,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라든가 ebay에 있는 중국 셀러를 통해서 엔진 필터나 캐빈 필터 같은 것들을 값싸게 구입해서 쓰게 되는데, 엔진 필터는 그렇다 치고 캐빈 필터의 경우 사실 차가 그렇게 좋은 게 아니라면 큰 먼지 정도 잘 걸러낼 수 있으면 다행이지 하고 쓰게 된다. 실제로 필터 교환할 때가 되어 뚜껑을 열어보면 확실히 그렇기도 하고. 캘리포니아 처럼 한해 대부분이 건조한 날로 채워져있으면 에어콘에서 악취가 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그래도 냄새가 난다고 하면 한번씩 교체해주는 게 보통이기도 하고.

내 경험으로 보건데 필터를 교체한 뒤에 외부의 안좋은 냄새가 차 안으로 그대로 들어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고 뭔가 새차가 된 것처럼 차 안의 공기가 깨끗해진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게 그냥 느낌이 그런 것이 아니라 필터를 멀쩡한 것으로 사서 교체했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바로는 차를 아무데나 세워두면 특별히 내가 에어콘을 많이 쓴다거나 하지 않아도 필터에 먼지같은 것들이 잔뜩 달라붙어있게 되는 게 보통이고 1년 내내 차를 운행했다고 하더라도 멀쩡한 실내 주차장에 곱게 세워두면 필터를 교체할 때 거의 새것과 같은 상태로 되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캘리포니아 날씨에 일부러 대낮에만 골라서 운행하지 않으면, 그러니까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만 주로 운행하면 에어콘이나 히터를 별로 쓸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더 그렇긴 하다. 또 옛날 차 일 수록 차 자체의 밀폐 능력이 떨어지고 공기 정화능력 또 흡기구에 대한 설계가 엉망이라 필터가 있어도 외부의 악취나 매연이 그대로 차내로 들어오기도 하고 또 낙엽 같은 것들이 필터에 끼어있기도 하고 그렇다. 낙엽이 낄 정도면 비가 많이 오면 습기가 필터로 유입되고 그게 다른 유기물질 (곰팡이, 곰팡이의 포자, 벌레, 벌레의 사체 등등)과 함께 머물게 되면 악취가 발생할 확률은 100%라고 본다. 사실 필터를 광고하는 것처럼 그게 정말 HEPA 필터라면 그런 정도의 불순물들은 다 걸러져서 악취의 대부분이 날아가야 정상이지만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HEPA filter는 먼지를 걸러내지만 냄새를 걸러내진 못하고 냄새를 정화하려면 activated carbon (활성탄) filter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게 좀 바보같은 소리인데 그렇게들 여기고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활성탄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탄소 알갱이의 표면적이 넓게끔 가공해서 공기라든가 물에 닿는 면적을 늘려놓은 것이다. 이를테면 팝콘의 커널을 튀겨내면 가볍고 표면적이 늘어난 형태로 되는 것처럼 그냥 단단하고 매끈한 탄소 알갱이가 아닌 작은 구멍이 많이 파여있는 (그 안에 오염물질을 포집할 수 있는) 그런 탄소로 가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 것을 activated carbon, 그러니까 활성화된 탄소라고 하고 활성탄 layer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필터의 포집능력을 높이기 위함이지 반드시 활성탄이 있어야 냄새를 제거한다는 말이 아니다. 활성탄이 들어있으면 작은 먼지들의 포집 능력이 좋아지는 것일 뿐, 필터가 다른 방법으로 작은 오염물질 알갱이들을 잘 걸러낼 수 있으면 냄새 또한 제거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들 필터는 필터 활성탄은 냄새 제거를 위한 거라고 알고 있다.

따라서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든 필터가 HEPA 등급이라면 작은 크기의 particle도 걸러낼 수 있다는 말이 되고, 그 말은 안좋은 냄새까지 정화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우리가 냄새를 느끼는 것은 바로 공기중에 포함된 그 작은 particle들이 코의 점막에 떨어졌기 때문이니까. 그게 폐로도 들어가고 혈액에 녹아들어가기도 하는 거다. 그런 알갱이들이 필터로 전부 걸러지는 것이니까 냄새까지 사라지는 것이다.

쉬운 예로 활성탄이 들어가있지 않은 필터(그러니까 겉으로 봤을 때 검은 물질(활성탄)이 전혀 없는 필터)를 사용하더라도 그것이 충분히 높은 MERV rating의 것이면 외부의 웬만한 악취들은 잘 걸러준다. 아니 그게 당연한 거다. 그러면 활성탄 layer가 없는 필터는 모두 악취를 제거할 수 없어야 된다는 말도 된다. 또 다르게 얘기하면 필터들 중에서 필터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활성탄을 섞거나 활성탄 layer를 둘 수 있다. 필터의 성능만큼이나 활성탄의 기능이 영구적인 것도 아니다. 무슨 마법의 물질처럼 곁에 두면 오염물질을 자동으로 해독해버린다거나 하는 게 아니라 오염물질을 포집하는 능력이 좋은 것일 뿐, 자신이 포집할 수 있는 양의 오염물질을 모두 포집했다면 더 이상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차를 새로 바꾸고 보니까 내부에서 공기를 순환하지 않고 있어도, 그러니까 외기가 유입될 수 있게 설정되어있는 상태에서 팬을 돌리거나 에어콘을 사용하면서 도로를 주행하더라도 매연을 내뿜는 차량으로부터의 악취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게 바로 HEPA filter의 위력인 거다. 그러니까 제대로 만든 HEPA filter 말이다. 이름만 HEPA filter인 것도 많고 그 필터의 수명, 그러니까 필터안에 담을 수 있는 불순물의 양을 꽉 채울 정도의 시간이 지나있는 것도 많다. 업체에서 말하는 필터의 수명은 대개 매일 매일 사용하면 6개월에서 1년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으로 그러하다는 것이지 공기 오염도가 높은 곳에서 사용하면 짧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차의 필터 교환주기는 2-3년을 잡으니까 그것은 아마도 차량이 하루 중 일부의 시간동안만 동작하게 되니까 그렇게 잡은 것이지 싶다. 특별히 중국에서 운행하는 차량은 1년마다 교체해야한다고 하기도 한다. (필터를 1/3 주기로 교체해야 한다면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수명이 얼마나 단축될지는 안봐도 뻔한 것이지 싶다.)

그래서 내가 내리는 결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