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la FSD...

나더러 돈 주고 이 소프트웨어를 살 거냐 물어봤다면 아마 시작부터 ‘아니오’했을 거다. 이미 auto pilot이 일반 차량의 adaptive cruise control 보다 좋다라는 얘긴 잘 알려져있으니까 적어도 오랜 시간 페달에 발을 올려놓고 있느라 괴로운 장거리 여행은 걱정 없겠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니까 말이다.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가 나오더라도 로컬 도로를 사람처럼 운전할 수 있다라는 사실은 적어도 2024년엔 믿겨지지가 않는 거다.

그러나 하도 유튜브나 뉴스에 FSD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 혹시나 하고 하루에 한번씩은 시험해보는 것 같다.

‘이런 걸 만이천불이나 주고 사? 고작 핸들 자동으로 돌아가는 거 보려고?’

이런 생각밖엔 안든다. 속는 걸 뻔히 알고들 구입했다 싶다. 특이하게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이 기능이 좋고 일단 써보면 빠져나올 수 없다고 한다. 정말로 신기하다. 혹시나 하고 FSD를 눌러봤다가 금새 불안해져서 곧바로 빠져나올 수 밖에 없다.

여기에 auto park 기능도 있는데, 이것도 가끔씩 테스트 해 볼 때가 있다. 정말 뻔한 패턴인데도 주차를 못하고 주도권을 운전자에게 넘겨주는 경우를 여러 번 맞이 했다. 차가 하나도 없는 주차장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신기한 건 일단 주차장에 들어서면 vision으로 주차장 바닥의 영역표시를 기가막히게 잘 알아낸다는 거다. 문제는 지정된 위치에 주차시키라고 하면 과하게 핸들을 돌려서 세운다거나 아니면 아슬아슬하게 들어간다거나 아니면 정말 쉬운 패턴인데도 진행하다가 중단한다거나 하는 거다.

물론 이 기능은 다른 개솔린 차에 들어가있는 자동 주차 옵션에 비하면 대단히 훌륭하다 할 수 있다만. 컴퓨터가 해도 이렇게나 어렵고 잘 하지 못하는 걸 사람들은 잘도 해내는 구나 (적어도 나는 여태 한방에 잘도 해냈구나) 하면 그만큼이나 주차가 쉽지 않은 기술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뭐랄까 테슬라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거나 donation하려는 마음이 없었다면 이런 소프트웨어를 구입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아니면 과시용으로 구입했다거나. 신기하게도 내가 알고 있는 테슬라 오너들의 1/3 정도는 FSD를 구입했다니 놀라운 일이고.

뭐랄까 이런 기능은 100%에 가까운 신뢰가 생기지 않고는 전혀 사용하지 않게 된다. 한번만 실수하더라도 그게 곧바로 사고로 이어지니까. 또 사람도 믿기 힘든데 소프트웨어를 믿는다? 당연히 100%에 가까운 신뢰가 생길 리가 없다.

그냥 내가 바라는 것은 lane keeping을 잘하면서 앞차와의 간격을 잘 유지하면서 달려주는 그런 기능이다. 지금의 FSD는 내 차선의 진행이 더디면 차선을 바꿔서 진행하기도 하고 더러는 새치기도 한다. 사실 이런 ‘사람같은’ 기능을 보고 구경하는 입장이 되면 ‘재밌다’, ‘AI가 많이 발전했네’ 하겠지만 막상 운전석에 앉아서 FSD가 하는 짓을 보고 있노라면 ‘이놈한테 맡겼다가 사고라도 나면 정말 골치 아픈데’ 하는 생각밖엔 안 든다. 사고가 나서 당장에 폐차해도 되는 차가 아니면 이런 도박을 할 수 있나 싶고. FSD에 의존해서 달리는 사람들 (길에서 제법 본다)의 용기가 대단하달 밖에.

2016형이나 그 이전에 나온 Model S를 끌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과거 버전의 auto pilot이나 FSD가 좋아서 일부러 firmware update를 안한다고 한다. 일단 radar sensor가 있어서 안개가 끼거나 비가 억수로 내리거나 하더라도 앞차를 추돌할 일이 없고 쓸데없는 human-like 기능이 없어서 적어도 긴거리를 다른 차량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수월하게 운행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거다. 다소 보수적인 시각일 수 있지만, 쓸데없는 human-like 기능은 사용자의 입장이 되면 ‘기특하다’가 아닌 ‘아오! 이거 또 까불고 있네’ 하는 화를 부르게 된다.

그냥 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하고 운전자의 의향을 묻거나 주도권을 넘기거나 하는 게 맞다. 지금의 경우는 FSD를 쓰다가 중단하면 ‘왜 중단시켰어?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하는 작은 창이 뜨면서 음성으로 문제를 보고할 수 있게 해놨다. 어떤 사용자들이 관찰한 바로는 집에 돌아와서 wifi와 연결하면 어디론가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업로드하고 있다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