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G..MPGe...

미국에서는 마일과 갤런이란 단위를 사용하니까 연비를 나타내는 단위가 MPG가 된다. 즉 1갤런의 기름을 넣었을 때 몇 마일을 달릴 수 있느냐 이런 거다. 전기차에는 MPGe라는 단위를 쓰는 모양인데, 1갤런의 기름과 동급(equivalent)의 전기를 썼을 때 몇 마일을 가는지를 의미한다. 즉, 전기차와 개솔린차를 직접 비교하고자 하는 것 같다.

좀 웃긴 게, 1갤런의 개솔린을 전기로 동급이라고 놓은 것이 33.7 kWh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가정이 평균적으로 하루에 소모하는 전기의 양이 대략 30kWh라고 하던데 그 말은 대충 1 갤런의 개솔린을 태울 때 나오는 에너지면 미국 가정 하나가 쓰는 모든 전기에너지를 커버하고도 남는다는 소리가 된다. 대충 찾아보면 1 갤런의 개솔린이 가진 열량(BTUs 또는 kcal)을 전기 에너지로 다시 환산한 값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직관적으로 잘 와닿지가 않는다. 무슨 말이냐면 1 갤런의 개솔린이 갖는 화력이 정확히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인지 감은 오지 않지만 그걸 전기에너지로 바꿨을 때 33.7 kWh까지 나올까 하는 거다. 쉽게 말해서 1 갤런의 개솔린으로 화력 발전을 하면 33.7 kWh라는 어마어마(적어도 나에겐 그렇다)한 양의 전기에너지로 만들 수 있을까? ‘없을 것 같은데…’ 하며 갸우뚱 하게 되는 거다.

역시 찾아보면 나름 효율이 높은 개솔린 발전기로 발전하면 대략 1갤런당 6kWh 쯤 나온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암 그럼 그렇지. 다시 말해서 개솔린을 전기로 바꾸는 과정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모르지만 이상적인 효율과 실제의 효율의 차이가 너무나 나다보니 33.7 kWh라는 숫자가 ‘사기’로 들리는 것이다. 아니 개솔린이 갖는 모든 열량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면 친환경이고 뭐고 다 필요가 없는 것 아닐까 하게 되는 거다. 사실 그 말은 맞다. 개솔린을 모조리 전기에너지로 바꾸면 이 과정에서 생기는 열/환경오염물질 (CO2?)도 최소화될테니까. 33.7 kWh의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그걸 실제로 전기로 바꾸면 6kWh 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다소 실망스럽다. 그러니까 현재의 수준까지 도달하게 만든 수 많은 이들의 노력이 실망스럽다는 게 아니라 현재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효율이 이 정도인데 33.7 kWh라는 황당한 숫자를 들이댔다는 것이 실망스럽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MPG와 MPGe의 괴리가 너무 큰 것이다.

다시 말해서 33.7이란 숫자를 들이대려면 적어도 90% 정도의 효율로 개솔린과 전기의 전환이 가능해야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하는 거다. 만일 1 갤런의 개솔린을 가지고 대충 30 kWh의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효율의 엔진이 있다면 힘들게 전기차 따위 만들어냈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1갤런만 넣으면 적어도 개솔린 엔진으로 120 마일 이상 갈 수 있다는 말도 되고 적은 양의 연료만 넣고 다니면 되니까 차도 훨씬 가벼워질테니 훨씬 더 멀리갈 수 있을텐데 말이다.

지금의 전기차도 엄밀히 따지면 range를 올리려고 배터리를 많이 달고 있어서 그 때문에 제법 효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어쨌든 이 값을 기준으로 내 차의 효율을 계산해보면 이렇다. 대충 1 mile에 232 Wh가 들어간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걸로 계산하면, 1 갤런의 개솔린은 6kWh가 되므로, 6 kWh의 전기를 232Wh/mile의 효율이 나는 차량에 넣어주면 대략 25.862 mile의 거리를 갈 수 있는 것으로 계산이 된다. 다시 말해서 1갤런의 기름으로 발전을 해서 그것으로 내 전기차를 굴리면 25.862 mile을 가게 되는 거다. 차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내가 가진 개솔린 차량의 연비와 비교하면 별반 차이를 느끼기가 어려운 값이다.

그러니까 전기차의 효율이 높다거나 또는 개솔린 차량의 효율이 특별히 낮다거나 할 수가 없다. 그냥 지금 있는 개솔린 엔진의 효율이 개솔린 그 자체가 갖는 열량을 매우 낮은 효율로 전기 에너지로 바꿀 수가 있다는 것일 뿐. 이미 얘기한 33.7 kWh를 가지고 대입해보면 그래도 효율이 좋다는 개솔린 엔진도 효율이 20%가 안된다는 말이 된다.

이런 식으로 어떤 것이 효율이, 그러니까 연비가 가장 좋으냐 따지고 들면 역시 가볍고 크기가 작은 하이브리드카가 된다. 대가 아는 바 예전에 도요타 프리우스로 시내를 주로 주행했을 때 연비가 59MPG가 찍히는 걸 봤다. 이미 계산한 값들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도무지 이런 엄청난 연비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진다. 대충 따져보면 주로 전기모터는 그것의 효율이 최대로 찍히는 속도 (20mph?)로 달리게 만들고 배터리가 모자를 때 살짝 살짝 개솔린 엔진이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밖에 생각이 안된다.

적어도 차를 가볍게 만들고 모터의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서 대충 100Wh에 1mile을 갈 수 있는 정도로 해놓는다면 개솔린 엔진의 개입을 최대한 줄여서 최대 효율을 뽑을 수 있을 거다. 즉 100Wh에 1mile을 간다고 하고 개솔린 엔진의 효율을 6 kWh per gallon이라고 하면 대충 60MPG의 연비를 얻어낼 수 있으니까 말이다. 모터의 효율이 떨어지는 구간은 어쩔 수 없이 개솔린 엔진을 돌리고 말이다. 잘은 모르지만 이 둘의 효율이 이 정도로 높진 않을 것 같고 전기와 개솔린의 전환이 이상적으로 일어나지도 않을테지만, 어쨌든 양쪽이 효율이 좋은 구간만 뽑아서 움직이니까 분명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겠지 한다.

예전엔 MPGe라는 단위를 비교적 자주 봤는데 요샌 별로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이 단위는 전기차의 효율을 과장하려고 만들어낸 단위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 숫자를 내 차에 (뭔가 별로 효율적이지 않은) 적용시키면 대충 145 MPGe가 나온다. 일반 개솔린 차의 연비의 대충 5배가 넘게 나오는 값이다.

지금의 유가로 따지면 대충 1갤론에 5불쯤 되고 이 지역 전기 회사의 전기요금을 1kWh당 0.5불로 볼 수 있으니까 대충 1갤론에 10kWh의 전기 에너지로 환산한다면 연비는 대충 43 MPG가 된다. 이것도 상당히 높은 연비인데, 하지만 친환경 투자? 뭐 그런 걸로 공짜 전기를 (하루 24 kWh?) 제공받고 있으니까 실질적인 연비는 무한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