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솔라패널...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그 집이 지어지는 동안, 그러니까 내가 집을 계약한 뒤에 솔라 패널에 대한 계약을 또 따로 했던 기억이다. 나야 원래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게 설치하지 않을 옵션이 있었다면 설치하지 않겠다고 했을 거다. 아니 그렇게 말했는데, 이게 새 집에 대해서는 강제사항이라 리스를 하든가 아니면 일시불을 내고 계약을 하든가 둘 중 하나였다. 설치비의 절반은 리베이트로 주에서 내주는 것으로 되어있고 나중에 세금 신고를 할 때도 얼마간의 혜택을 주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설치비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반을 대줘도 뭔가 돈값한다는 생각은 안든다.

흔히 하는 생각들은 솔라패널이 설치되어있으면 전기차 충전비용은 커버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거다.

일단 솔라패널이 제 구실을 하려면 최소한 일조량이 굉장히 많아야 한다. 계절도 꽤나 타기 때문에 발전량이 1년 내내 고르지가 않다. 또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량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전기료를 내지 않겠다면 3-4인 가정에서 300W짜리 패널 최소 14개쯤은 있어줘야 전기차 한대를 매일 매일 운행하면서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수요도 채울 수가 있다.

참고로 내가 이번달 전기차를 운용하는데 들어간 충전량만 320kWh쯤 된다. 얼마나 많이 타고 다녔길래 그렇게 많이 나오냐 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않고 상당부분은 그냥 주차시켜놓기만 했는데도 소모된 것이다. 순수하게는 하루 대략 40마일 정도의 거리만 운행했기 때문에 하루 10kWh 정도만 소모했어야 하지만 실제 사용량은 그것보다 많다.

나는 솔라패널이 7장 설치된 집에 살고 있는데, 이번달 그리드로 송전한 전력량이 대략 210kWh쯤 된다. 나는 평소 냉난방도 거의 하지 않고 오직 냉장고와 컴퓨터, 어쩌다가 세탁기와 건조기 정도를 굴리는 데만 대부분의 전력이 들어간다. 따라서 7장의 솔라패널로는 아무리 일조량이 좋은 시즌이라고 하더라도 고작해야 전기차 한대를 겨우 겨우 운용할 수준 밖엔 안된다. 날씨가 좋지 않은 겨울엔 아무리 솔라패널이 있다고 하더라도 집안에서 사용하는 전기사용량도 커버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