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이해가 느린 이와 소통하기...

살다보면 뭐랄까 어떤 사람과 대화할 땐 구체적인 배경 설명이 없이도 이야기 하기가 매우 편한 경우가 있는가하면 또 다른 누군가와 대화할 때는 모든 배경 설명을 구구절절히 해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경우는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를 못해서 괴로운 경우가 있다. 괴롭다는 것은 다른 게 아니라 나의 말을 계속해서 오해하거나 아니면 내가 자신을 가르칠 수 있는 어떤 권위가 없으면서 자신을 가르치려든다고 반응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이렇게 되는데에는 어느 정도 나의 소통 능력에도 모자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지만 나와 타인과의 소통이 늘 이렇게 힘든 것만은 아니니까.

대개 이 경우는 특정시점에 완성되었어야 할 어떤 개념이나 지식이 갖춰지지 않아서 그보다 상위 혹은 그보다 더 개선된 어떤 개념들이 나오면 제대로 이해가 되질 않거나 기존에 알아왔던 것들에 대한 개념과 계속해서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 잘 교육받고 남들에 비해 뛰어난 지식이나 이해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일 수록 이 문제는 더 커진다. 내 경우는 일단 몇 번 시도해보고 말이 안먹히면 그냥 포기한다. 끝까지 소통하려 하거나 이해시키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기엔 내가 소모되는 정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같은 언어를 모국어로 할 때는 소통의 가능성이 그래도 다소 높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피곤해진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실패했다. 그 이후로는 아예 한 두 번 시도해서 안되면 포기한다. 그들이 내가 가르쳐야 하는 학생이나 그럴 의무가 있는 누군가가 아닌 일로 만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나의 수많은 경험들은 ‘그냥 안되는 사람은 안된다. 안된다 판단되면 더 이상 내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다. 어차피 될 사람이라면 그렇게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살다가 내가 쉽게 이해하지 못할 개념이 발생한다거나 소통과정 중에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대부분 스스로를 낮추고 개념을 어떻게든 빨리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적어도 다신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처음부터 다시 짚어본다거나. 자신을 이해시키지 못한 상대방을 비아냥거리거나 우습게 알고 대하는 짓을 하는 것은 스스로를 온전히 고립되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이런 이들에게 뭔가 그에게 모자른 개념을 채워주자는 엉뚱한 선정(?)을 베푸는 것은 요즘 시대에 있어서 ‘꼰대질’로 보일 수 있어서, 어느 정도 개념 탑재가 안된 듯 싶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가야한다. 같이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미안하지만 빵꾸가 날 때까지 내버려둘 수 밖에 없다. 다같이 빨리 잘해보자는 팀플레이어로서의 본능이 발동하면 일은 일대로 다 하고 욕은 욕대로 쳐먹는 최악의 결과를 부르기도 한다.

결론: 말이 잘 안통하면 그냥 포기하고 내버려두자. 같은 일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그가 담당한 부분이 구멍이 나서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진 꼼짝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