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나이가 들수록 더 멍청해진다고 느껴질까?...

뭐랄까 나라는 사람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고 알게 될 수록, 머릿속에 더 많은 비교 조건문이 달라붙어서 결국에 이도 저도 못하는 지경의 상태에 이르게 되는 바보가 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뭔가를 하나 한다고 하면 그 순간 내가 경험했고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좌르륵 머리속에서 펼쳐지면서 마치 생각의 흐름이 곧고 빨라지긴 커녕 이런 저런 삼천포에 풍덩풍덩 빠져버려서 엄청나게 느리게 생각하고 느리게 행동하는 존재처럼 되어간다는 거다.

‘알쓸신잡’이니 뭐니 하는 게 한동안 인기를 끌어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글쎄 등장인물들이 썰을 풀어대고 있는 걸 보면서 난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면 되지 뭐가 저렇게 복잡할까? 알고 있는 것들을 죄다 꺼내서 저렇게 지식자랑하는 건 ai가 더 잘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달까. 하지만 나 역시 예외가 아니라 가끔씩 그 수많은 생각들을 입으로 내뱉고 있을 때가 왕왕 있다. 물론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과 있을 때만 그러고 있지만. 그럴 때마다 실수로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러는 것이 아닐까 흠칫 놀라기도 하고.

내가 나름 내가 가장 스마트하다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즉 학부를 막 졸업할랑 말랑 할 때. 그러니까 당시 나의 기준으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평균 학력을 ‘고졸’로 두고 있었으니까 4년간 학교를 다닌답시고 이런 저런 책을 읽으며 풍월을 읊었으니 나는 분명히 그리고 충분히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착각했었다. 학교 좀 왔다갔다 하면서 책보고 시험 좀 봤다고 해서 멍청한 사람이 스마트해질까? 졸업하는 마당에 그동안에 배운 거 전부 다 확인차 시험을 보겠다고 했다면 과연 몇 점을 맞았을지 모른다. 어차피 시험이란 거 맨날 봐왔지만 시험 직전에 열심히 문제풀고 외우고 해서 간신히 남들보다 점수 좀 더 잘 받으면 되는 거 그런 거 아니었나? 일주일이 멀다고 죄다 머리속에서 잊혀질 것들을 가지고 말이다. 그러면 그동안 배운 걸 누구에게 가르쳐봐라 했다면 상황은 더 처참해졌겠지.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은 없었더라도 많이 알고 똑똑하다고 착각했던 덕택에 뭔가를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질 수 있는 (근거 없는) 자신감 내진 근성 같은 것은 좀 더 있었지 싶다. 사람이 하는 일이란 게 나름 어떤 동기부여가 되고 스스로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시작하는 것 아닌가? 아니면 누군가 압박을 해서 마지못해 하게 되거나. 그것이 잘 될지 안 될지 시작단계에서 어떻게 알 수 있나, 일단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해보고 보는 거지.

나이가 들고 나면 쓸데없는 생각이 정말 많아진다. 나름 경험도 있고 아는 것도 더 많다고 생각하기에 이래 저래 재고 또 재고 하는 거다. 그게 많이 알고 똑똑한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서 말이다. 그러니까 결론에 도달하는 시간도 길고 (그러니까 느린거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행하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그러니까 생각과 행동이 굼뜬 멍청이가 되는 거다. 하기로 한 것은 결국에 뭐가 되든 하기 마련이다. 뭔가 사기로 맘 먹은 건 결국에 어떻게든 사고야 마는 것처럼.

하기로 맘 먹었다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바로 착수하고, 일단 시작했다면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끝을 보고, 성공이든 실패든 다 끝을 낸 것에 대해서는 뒤돌아보지 말고 살면 되는 것 아닐까? 구구절절하게 결론도 없는 생각들을 이렇다 저렇다 입밖으로 말하면서 궁시렁 거리면서 있지 말고.

주위의 나보다 어린 누군가가 좋은 의도로 나에게 뭘하자고를 설득하려 들면 그냥 기분 좋게 설득 당해주자. 쓸데없이 머리 굴리고 하지 말고. 물론 보험을 들라거나 금융상품에 가입하라는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손절해야지.

사람들이 ‘새롭다’ 하는 거면 그냥 열심히 즐기고 배워주자. 옛날에 있던 어떤 것들과의 유사성/차이점 이런 거 따지지 말고. 그런 걸 나름 생각했답시고 입밖으로 내거나 하면 정말로 내가 멍청하다고 느껴진다. 그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다. 다들 그렇게 느끼지만 그걸 멍청하게 따지고 하다보면 이 세상 그 무엇도 새로운 마음으로 즐길 수가 없다. 다 옛날 것을 재탕했거나 변형했거나 뭘 덧붙인 것일 수 밖에 없으니까. 그냥 ‘새롭다’하면 갓 창조된 새로운 것으로 알고 재밌게 즐기자.

그러니까, 많이 알고 경험하고 생각했다면 ‘할까 말까’ 망설이며 되지도 않을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는 그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아서 입이 아닌 몸이 행동으로 흔쾌히 빨리 옮기는 것이 ‘스마트’한 것임을 좀 깨닫자. 모든 것을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로 가득차서 대하고 늘 예전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게 ‘스마트’한 것으로 좀 알자. ㅂㅅ 같이 답도 안 나올 분석, 그대로 따르지도 않을 계획만 짜고 있지 말고. 곧바로 저질러 버리고 부딪치며 생각하고 그렇게 삶을 즐길 수 있는 게 스마트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