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소화장애...

요샌 이런 말 참 많이 쓴다. ‘장애’ –> disorder. 소화장애, 불안장애..

그러니까 평소에 잘 돌아가야할 것이 그렇지 못해서 잘 안되고 있다 뭐 그런 의미를 표현하는 것 같다.

예전엔 별로 인식하지 못했는데 뭔가 속이 더부룩 한 것 같고 어쩌다 속이 쓰린 것 같기도 하고 heartburn의 증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찾아보면 이게 기능성 소화장애란다. 그러니까 뚜렷하게 어떤 질병이 있다라는 소견 (궤양이 있다거나 하는 등의)이 없이 그냥 위장장애가 있다고 하면 그런 것이지 싶다.

뭐랄까 내 경우는 한동안 ‘과식’한다 싶은 시절이 지나고 나니 이렇게 되었다. 체중도 증가하고 배도 더 볼록 나온 것 같고. 뭔지 누워있으면 푹 꺼져있어야 할 배가 불룩 올라와있고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하고. 그래서 뭐랄까 식사량을 줄이고 안좋다는 것들 (과식, 빨리 먹기, 커피/탄산음료, 술은 말할 것도 없고) 다 끊고 지내고 있다. 이럴 때 마다 느끼는 것이, 그동안에 나의 생활습관이 얼마나 나에게 나쁜 것이었는가 하는 거다. 평소 빠르게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이라든가 커피 중독처럼 마셔대던 것들이라든가. 생활습관은 한 땐 좋았더라도 서서히 안좋아지다가 이렇게 꼭 문제가 생겨야 챙기게 되는 거다. 물론 이렇게 되면 안좋은 점 보다 장점이 더 많다. 잠도 잘 자게 되고 뭔가 속이 더부룩하게 될만한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니까. 문제는 다만 무드가 점점 하강하고 있다는 것.

기분은 약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지낼 때가 좋다. 그러다가 식사량을 확 줄이면 갑자기 전에 없던 여러 가지 삶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머릿속에서 나타나면서 날 괴롭힌다. 예전같으면 별 것 아닌 것들이 성가시게 굴고 거슬리는 느낌을 받는다. 몸이 힘들거나 하지 않아도.

거꾸로 생각해보면 나에게 정말로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있을 때는 매일 매일 그걸 이겨내면서 뭔가 먹는 걸로 풀고 살았나보다 싶다. 몸에 문제가 생기든 말든 상관없이. 일종의 물질 남용처럼이나. 술이나 안좋다는 약물 따위를 탐닉하면 그것은 법적으로나 문제시하지만 음식을 그렇게 먹는다고 하는 것엔 별다른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 음식을 탐닉하는 것 역시도 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문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지 그 폐해가 본인 스스로가 비대해지고 심혈관, 내분비 장애를 초래하는 것으로 한정되다보니 죄악시 하지 않을 뿐이지.

약간의 고지혈증이나 지방간 같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때가 있다.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러니까 탄수화물을 과하게 먹고 있다고 몸에서 신호를 보냈지만 그냥 무시하고 살았던 거다. 운동이야 하면 좋고 안해도 그만이지만 식이를 통해서 몸의 혈관이나 장기를 상하게 하는 것은 나중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니까 말이다. 무거운 몸을 하고 별 것 아닌 곳을 걸어다녀도 숨이 찬다거나 과체중으로 관절이나 거동이 불편해지는 것은 스스로의 관리소홀 문제라 참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