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트랜드 따라잡기: 인생의 복잡도...

뭐랄까 요즘처럼 변화가 빠르다고 느껴지면 이 때 뭔가 큰 흐름을 놓쳐서 뒤쳐지면 앞으로는 회복이 안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요즘들어 특히나 내 스스로라 세상 흐름에 많이 밀려서 따라잡으려면 노력 좀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내 주위를 보면 아무런 준비(?)나 노력 따위 하지 않아도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고 원시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내가 원시적이라고 함은 매일 매일 혹은 자주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자동화시켜서 가만히 있으면서도 맘 편히 지내도 되는 걸 매일 매일 수동으로 꾸역꾸역하고 있고 그나마도 제대로 못해서 삐질삐질 하는 것처럼 보인달까.

이것은 내가 똑똑해서, 부지런해서 세상 흐름을 따라잡으려는 노력을 한다 애를 쓴다 라는 말을 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냥 모르고 살면 모르고 사는 대로 이점이 있고 그 역시도 인과응보라 너무 세상 흐름에 민감하지 않아도 결국 때가 되면 다 그나름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너무 바둥바둥 애써봐야 힘빠지는 것은 내 멘탈이고 근본적인 것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거다.

사실 나는 세상의 흐름을 매일 매일 체감하고 지금도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고 예전엔 더 했다는 거다. 그런데 어느 시점이 되면 ‘아 내가 정말 심하게 뒷쳐져버렸네..’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해당 분야 전문가나 그걸로 밥을 먹는 사람처럼 잘 따라갈 수 없다. 막상 그런 사람들을 만나도 별 달리 대단할 게 없다는 투다. ‘뭐 그냥 하면 되는 거다.’, ‘너도 이 상황이 되면 잘 할 수 있다’ 라는 거지. 나 역시 누군가 내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 하면 나올 수 있는 대답은 뻔하다.

뭔가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뭔가 나름 바보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다보면 내 스스로의 인생 복잡도가 계속해서 증가하게 된다. 막상 처음 시작할 땐 조금 더 편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덤벼들지만, 좋은 점도 있지만 안좋은 점도 있어서 머릿속에 늘 관리해야 할 항목이 증가하게 되는 거다.

이를테면 세상이 전기차를 끌고다니는 분위기로 바뀐다는 생각에 한 대 들여놓고 보면 예전같으면 생각할 필요도 없는 요소들이 내 삶에 끼어든다.

차를 늘상 충전해놓은 상태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거나 수시로 폰으로 여러 가지 정보를 보내오는 것을 보고 관리해주어야 한다거나 등등. 사실 내연기관차를 몰 때는 차가 어디 주차되어있는지도 신경을 안쓰고 차량의 관리 주기 따위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잘 굴러가니까. 어쩌다 fuel gauge가 보이면 주유소도 가고 장도 보고 했는데, 차도 새 것인데다 가속력이 좋다보니 사고가 더 쉽게 날 것 같은 느낌에 운전할 때 신경이 서너배는 더 곤두선다. 어디에 주차해놓았느냐에 따라 불안감은 더 올라가고. 이런 저런 새로운 기능이 생겨나는 것에 내 신경은 더 많이 빼앗긴다.

그런 것 하나 없어도 나는 중고로 구입한 내연기관차를 10년이 훨씬 넘도록 편하게 몰고 다녔다. 어쩌다 사고가 나면 그냥 폐차해야지 어쩌다 상처가 나더라도 오래된 차니 그러려니 하면서 말이다.

삶을 쓸데 없이 복잡하게 살아서 내게 얻어지는 것은 세상 흐름에 맞춰 살고 있다는 5%의 위안감과 95%의 불안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게 정작 새로운 세상이 가져다 준 편리함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을 계속해서 누리기 위해 뭔가 더 신경을 쓰고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늘어나는 거다.

ChatGPT가 나오고 내가 평소 사용하는 말과 문장들이 꽤나 허접하다는 걸 알게 되고 매번 그런 것들을 신경쓰고 살게 되었다. 사실 그 전까진 다들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의사소통하니까 지금보다 더 형편없는 수준의 언어를 구사할 때도 있었지만 별 괴로움 없이 잘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쩌다 가벼운 말 하나 건네는 것에도 신경이 쓰인다. 조금 더 신경썼다면 괜찮게 말할 수 있었을텐데, AI의 도움을 받았다면 더 멋진 표현으로 써보낼 수 있었을텐데 하면서.

내가 건들고 있는 시스템에는 알게 모르게 내가 자동화해놓은 게 꽤 많다. 뭔가 깔끔하게 잘 돌아가는 것을 보지 않으면 안되는 내 불안증이 만들어낸 것이다. 어쩌다 새로운 시스템을 올리거나 남들이 관리하는 시스템에 들어갔을 때 그런 자동화된 관리가 안되어있는 것을 보면 가장 먼저 불편함이 나를 몰아친다.

‘글쎄, 난 예전에 이것보다 훨씬 안 좋은 환경에서도 즐겁게 잘 살았는데…’

어쩌다 몸이 힘들어서 이것 저것 다 놓아버리고 쉬려고 누워있으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알람들이 뜬다. ‘아 이것도 관리해줘야 되는데’, ‘아 저것도…’. 그 따위 것들 없어도 여태 잘 살아왔는데 왜 이러고 살고 있나 싶다. 그 누군가가 내가 그걸 잘 관리한다고 보수를 꼬박꼬박 지불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그저 그런 것들이 잘 갖춰져 있어야 뭔가 ‘현대인’으로서의 나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해서 상에 집착 하는 것인데 도무지 나는 어떤 것에 대한 욕망이 있기에 이런 것일까. 뭔가가 되고자 하는 욕심을 던져버려야 오롯이 내가 되지 싶지 하는 맘을 가져본다.

까짓거 365일 깔끔하게 잘 돌면 좋지만 좀 안될 때도 있고 그런 거 아닌가? 우린 그런 걸 허다하게 보고 있는데. 가끔씩 전기가 나가기도 하고. 가끔씩 인터넷이 두절되기도 한다. 넋놓고 살다보면 세상에 뒤쳐지기도 하고. 원시적으로 사는 것 같아도 나의 10년전 20년전에 비하면 나는 정말로 엄청난 세상에 살고 있다. 10년전 20년전에도 잘만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