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교통 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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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대믹이 끝나고 교통체증이 예전과 같은 수준까진 아니지만 제법 올라갔다. 그나마 재택으로 업무를 볼 수 있으니까, 아니 좋게 말해서 출근 안해도 뭐라하는 문화가 사라져버린 덕택에 교통량이 전체적으로 줄긴 했지만 유독 화요일 아침/저녁은 정말 엄청나게 막힌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목요일도 좀 심하긴 하지만 화요일만은 못하다고 해야겠지. 날씨라도 좀 선선하면 재택하기 좋을텐데 온종일 쪄대는 지경이라
그 이유는 재택근무하는 이들에게 화/목은 출근하라는 권고 같은 게 있어서 그럴 것 같은데, 팬대믹 이전엔 매일 매일 출근하는 게 당연했고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출퇴근 소통량이 전반적으로 고르게 분산되어있었다고 하면 지금은 화요일에 총 집중을 하는 것 같다. 잘은 몰라도 화요일 하루만 나와도 된다 하는 곳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월요일은 생각보다 한산(?)하지만 화요일은 6시에 일어나서 교통상황을 보면 슬슬 교통 정체가 시작되고 있는 지경이니까.
일례로 내가 출근하는 거리는 차가 안막히면 대략 20분 정도 걸리는 정도인데, 교통체증이 정점(?)에 이르면 늘 다니는 최단 경로로 50분 가까이 걸린다고 나온다. 네비게이션에서는 우회경로를 알려주는데 그래도 40분이 넘는다고 나오니까. 이런 일은 화요일 오전에만 발생한다. 대충 6시 반부터 30분 이상 걸리겠다고 나오고 11시가 다 되도록 30분 이하로는 갈 수 없는 것으로 나오니까. 회사에 가보면 늘상 한산하던 주차작이 꽉 찬다. 식당은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그래서 화요일엔 더 출근하기 싫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나오라고 하면 즐겁게 나갈 수 있는 반면. 팀별로 선호 일자를 다르게 해서 분산시킬 수 있는데, 신기하게 화요일은 대부분의 팀이 다 선호(?)하기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수요일에도 제법 많고 목요일에도 제법 많지만 화요일 만큼은 아니다. 물론 금요일은 토요일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한산하고. 나는 그게 별로 마땅치가 않은 거다.
어차피 집에서 재택할 거면서, 특히나 일이 없으면 놀고 있을텐데, 꼭 화-목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거다. 놀고 싶으면 어차피 안써도 돈으로 주지도 않을 휴가를 쓰면 되는 걸 왜 화-목에 꾸역꾸역 나오려는 거냐 묻고 싶다. 정작 중요한 회의에는 zoom으로 살짝 얼굴이나 비치고 카메라 꺼놓고 있을거면서. ㅆㅂ 누가 보면 고위층 임원이라 듣고만 있겠다 하려는 건가 싶지만 주니어 나부랭이들이 이러고 있는 거 보면 그 업무 태도에 찬사를 보낼 일이지.
어쨌든 상황이 급변하면, 아니 업계 상황이 좋지 않은 시점에, 독보적인 퇴출 대상 1순위 찍어주고 있으니까 (본인은 그런 사실을 알 리 없겠지만) 그냥 두고 보고 있을 뿐이지만. 사실 지난 번 구조조정때도 1순위였지만 채용된지 얼마 안된 이들은 건들지 말라는 지시 때문에 생존했다고 볼 수 있지만.
모르겠다. 회사가 조그만 가내수공업을 하는 규모였을 때가 왜 좋게 느껴지는지. 회사의 위치도 나름 변두리였던 터라 거리도 멀지 않았고 업무 압박은 없지만 사람 수가 작아서 이것 저것 다 해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큰 규모의 회사가 되어서 이것 저것 의미 없는 일인데 시키는 것도 많고 사람도 쓸데없이 많고 혼자서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이놈 저놈 걸쳐서 여러 단계로 나눠서 해야되고. 그러다 결국엔 결과물이 엉망이 되어 처음부터 다시 해야되고.
벌어놓은 게 많고, 아니 내가 회사를 차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일 잘하는 사람들만 대여섯명 두고 출근 안해도 되지만 응답은 바로바로 하고 후딱 후딱 해치우고 뭐 그런 거 말이다. 이익이 생기는 대로 1/N해서 나눠 갖고. 어차피 많이 벌어봐야 세금이 어마어마해지고 적당히 벌면 불만 따위 있을리 없고 그보다도 망하지 않고 오래 할 수만 있으면 그보다 좋은 게 없으니까.
세상이 팬대믹 이후로 많이 바뀌어서 엄한 돈도 많이 돌고 엄한 짓들도 많이 하고 의미 없는 채용 때문에 많이 이상해졌다. 예전처럼 뭔가 책임감이나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놈들도 보기 어렵고. 그런데 또 불황이 불어닥친다니 슬슬 겁을 먹고 있는 듯 하다. 이번엔 정말로 떨려나면 살 길을 찾기 어렵다는 게 확실해졌으니. 작년쯤에 실직한 이들이 다시 재취업 되었다는 얘긴 어디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올해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꽤 많은 데 대충 반년이 넘어가기 전엔 속편하게 잡을 잃었다며 웃으며 얘기했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못하다. 한번 만나자 얼굴보자 이야기하기가 좀 미안하다. 나는 도와주지 못해서 불편하고 그쪽은 자신의 모습을 보이기가 불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쪽은 내가 나에게 별로 도움을 못주는 위치가 되었으니 피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도와줄 뭔가가 없다는 게 엄청 불편하다. 도움 줄 것도 아니면서 상태 안좋은 거 뻔히 알면서 불구경이나 하는 심산으로 만나자는 것 같기도 하고. 누가 그러고 싶을까?
세상이 돌아가는 게 꽤나 이상하다 라고 생각한 게 어디 한 두 해, 한 두번 경험일까? 꽤나 많은 경험을 했지만 막상 그 가운데 있을 때는 여러 가지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으니까. 미래를 준비한다는 심산으로 뭔가를 해야겠다 생각은 가득하지만 그게 잘 안된다. 정말로 뭔가가 들이닥치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움직이는 게 나와 같은 어리석은 중생들이 하는 일이지.
그러니까 세상의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게 가장 좋은 거라고 혹자들은 이야기 하지만 사람이란 게 사회적인 동물이고, 아니 그 이전에 불안감이 많은 존재, 주변의 변화에 예민한 존재가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오래도록 생존해 온 것이니까, 본능적으로 뭐가 될지 모르는 미래를 준비한다거나 앞으로 뭐가 어찌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간다는 게 허용이 안되는 거다. 일단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걷어내야 한숨 돌릴 수 있는 거란 말이다. 그런 게 남아있으면 아무리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불편하고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이다.
이런 뭔지 모를 본능으로부터 나를 지켜내야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거다. 세상이란 게 내 맘대로 될리도 없고 내가 정확히 예측할 수도 없는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뭔가 모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걷어내려하고 그것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다는 게 어리석고 무의미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계속 깨닫게 해주면서 살아야 하는 거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하루 하루 잘 살아내면 되는 거다. 어차피 범부 중생의 삶이라는 게 바람이 불면 이리 휘청 저리 휘청 할 수 밖에 없는 거란 걸 왜 모르나. 그냥 그러려니 하자. 화요일엔 도로가 온 종일 막히고 그렇게 뚫고 올라가도 회사 밥은 그렇게나 맛없고 날씨는 쓸데없이 뜨겁고. 일 못해서 피곤하게 만드는 놈들은 예전부터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에정인 거다. 답답해서 말안통하는 놈들, 한술 더 떠서 매일 매일 스트레스를 주는 놈들도 있을 수 밖에 없다. 당장에 없으면 감사해야 할 일이고. 세상은 내 맘대로 내 입맛대로 돌아가지 않아야 제맛인 거다. 그냥 그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