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와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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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가지고 놀게 된지 시간으로 치면 꽤 오랜 것 같은데, 나는 여간해서 나를 촬영하지 않고 사람과 풍경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데 카메라를 이젠 점점 덜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폰카가 아니면 카메라가 제법 부피가 있고 단렌즈를 좋아하는 까닭에 50mm렌즈가 아니면 밝은 렌즈들은 대부분 부피가 제법 나가고 그래서 휴대가 불편하고 하다보니 늘 50mm를 쓰게 된다. 사실 20mm, 135mm도 가지고 있지만, 또 제법 가격이 있어서 많이 생각하고 구입한 것들이것만 결국엔 크고 무거워서 거의 쓰지 않는다.
뭐랄까 50mm가 아쉬운 게 찍다보면 뭐랄까 제법 망원스러운 느낌이 있다는 것인데, 그러다가도 이것 저것 또 찍어보면 50mm만한 게 없단 생각도 들고 그렇다. 무슨 소리냐면 35mm를 가져본 적도 있고 24mm를 가져본 적도 있지만 이것들은 어쩔 때는 뭔가 너무 광각스러운 느낌도 나고 부피가 작은 것으로 구입하면 최대 개방을 했을 때의 밝기가 높지 않아서 뭔가 내가 원하는 심도의 사진이 안나올 때가 많은데, 50mm는 그런 게 없다. 50mm보다 광각인데 밝은 것들은 제법 다 크다. 물론 50mm보다 망원인 것들도 다 그렇다. 컴팩트하면서도 화질이 좋고 밝기까지 한 것은 50mm 뿐인 거다.
f1.8인 렌즈도 아무 생각 없이 조리개를 열고 찍으면 심도가 낮아서 인물이나 근거리의 피사체에 초점이 잘 들어맞아 찍혀있는 결과물을 얻는다. 1.4 혹은 그 이하이여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렇게 50mm는 밝은 렌즈라 사실 날씨에도 별로 구애받지 않고 어두울 때도 조리개만 잘 열어놓고 있으면 잘 찍힌다. 더구나 카메라까지 좋아서 인물 사진의 경우는 폰카가 아님에도 촬영시에 얼굴을 잘 만져줘서 결과물이 아주 만족스럽다.
글쎄 그 옛날 APS-C 카메라도 감지덕지하고 쓰던 시절에 50mm 렌즈도 즐겨썼었는데, 풀프레임 카메라까지 와서 50mm가 너무 화각이 좁다느니 하는 말은 사실 복에 겨워서 하는 소리라고 봐야지 한다.
예전엔 카메라에 그렇게 관심이 많다며 렌즈도 이것 저것 잘도 사다가 바꿔끼우고 했는데, 막상 그 시절의 결과물을 보면 빨리 촬영하겠다는 욕심이 앞서서 초점이 잘 안 맞거나 조리개나 셔터타임 조정이 어설퍼서 뭉개진 것들도 많다. 찍히긴 했지만. 확대해서 보면 그렇단 거다. 사실 필름 카메라 시절엔 잘 나온 사진이라고 해도 막상 확대해서 보면 제대로 나온 게 별로 없다 싶은 게 대부분이었다. 사진을 인화하면 크기가 작다보니 초점이 살짝 나가있거나 노출이 길어져서 뭉개졌다거나 하는 것쯤은 보이지도 않았고, 일단 소중한 장면이라 생각한 것이 잘 알아볼 수 있게 찍혀있으면 ‘사진가 나셨네!’ 하며 감탄했단 거다.
그러니까 삼각대를 가지고 나가서 찍은 것도 아니고 주변 광량을 생각해서 스트로보를 터뜨린 것도 아니고 아무 계획없이 마구 스냅 사진을 찍어놓고서는 그게 내가 원하는 대로 안나왔으니 나는 한심한 사람이다 하는 거다. 이런 사람에겐 뭘 쥐어주든 불만 거리만 찾아낼 게 뻔한 거다.
모두 지나고 나면 셔터를 누르지 않으면 안될만큼 소중한 순간들이 내게 있었고 그렇게 오랫동안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고 이쁘게 찍고 싶은 욕구와 의지가 내게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걸 감사해야 한다는 걸 느낀다.
지금의 카메라는 내가 처음 사진이란 걸 접했을 때에 비하면 말도 못하게 좋아졌지만 나는 거의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 왜? 찍을 게 별로 없다. 아니 찍고 싶은 마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왜? 맨날 보고 있는 일상이니까. 찍어봐야 별반 기록이 되지 않으니까. 찍어놓으면 누가 본다고 이런 것들을 기록하나? 찍어놓으면 결국에 어떻게든 지워버릴 사람이 될지 모르는데, 이런 거 왜하나?
…
20대에 먹었던 마음이 30대의 그 간절한 생각들이 40대에도 50대에도 … 그렇게 쭉 흘러가길 바란다면 역시나 과한 욕심일 뿐이겠지?
그래도 아직 누군가와의 시간이 소중하고 그것들을 기록해서 남기고 싶고 가끔씩 다시 열어보며 흐뭇함을 가질 수 있는 지금을 감사해야한다.
내 스스로의 행복을 갉아먹는 욕심과 오만 따위 다 버려야 된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해도 모자를 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