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라는 게 주는 마음의 불편함...

나는 복수국적이 인정되지 않는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일개 국민일 뿐이고 지금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 있지 않지만, 또 8년 전에도 그랬지만 뭔가 내가 속해있는 국가의 정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고 또 지금도 받고 있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계엄령이 내려지든 내전이 일어나든 나란 사람 자체는 그 어떤 피해를 받을 게 없다. 국외거주를 하고 있는 고작 일개 국민인 내가 뭐라고 이렇게 큰 영향을 받고 있는지 나 조차도 신기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그 외의 여러 국가에서 크고 작은 내란과 내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지 지금의 계엄령 사태, 내란의 수괴가 행정부 수반이랍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상황처럼 불편한 감정 상태에서 고통을 받아본 적은 없다.

대략 1주일간은 때론 멍하고 때론 분노를 삭이며 지냈다. 아마도 나는 알지 못하는 다른 누군가라도 이번 사태를 통해 희생 당하거나 큰 피해를 입었다면 아마도 나는 당장에 달려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내가 실질적으로 세상을 달라지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없음에도 불구하고. 물론 길거리에 나와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도 같은 입장이겠지만.

나는 내 눈 앞에서 누군가 얼마간의 도움(돈)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그냥 외면하려 하지만. 뭐랄까 이런 상황에서는 나도 가만히 있으면 안될 것 같은 뭔가가 솟아오른다. 가만히 있지 않았을 때 혹여라도 생길지 모를 여러 가지 불이익 따위 따질 상황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과연 나의 감정상태는 무엇에 의해 지배받는가? 글쎄 이것이 오로지 내가 속한 세상은 이러이러해야 한다, 혹은 세상은 이렇게 굴러가야 한다 라는 나의 ‘상’이라는 게 있고 그것에 집착해서 벌어지는 감정인 것일까?

어쨌든 한해를 마감하며 즐겁고 따뜻하게 보내야 할 것 같은 연말인데, 뭐랄까 열심히 뉴스를 들여다보며 때론 흥분하고 떄론 답답해하며 지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