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전자과학...

어렸을 때를 떠올리면 실무지식을 빠른 시간 내에 배우기 위해서는 잡지를 구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 같다. 독자적으로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실무 경험을 터득하는 데 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잡지를 꼽으라면 단연 “월간 전자과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도서관에 가서 과월호를 뒤져가며 도움이 되는 컬럼들을 잔뜩 복사해놓고 수도 없이 읽고 또 읽고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컬럼들도 어떤 일본 잡지에 연재되어있던 것들을 그대로 번역해 온 것 같긴 했지만. 그 당시 본인의 실력은 TV학원을 다니고 잡지를 읽는 동안 갖춰졌다는 교수님이 있었을 정도로 학교는 구태의연한 커리큘럼으로 교수들이 옛널에 공부했던 것들을 재탕 삼탕 우려먹고 있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과정 내내 시험보고 암기했던 것들은 그 이후의 인생에서 가끔씩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할 때 농담거리로나 써먹고 있을 뿐, 삶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 학부 과정에서 배웠던 것들도 교양을 포함해서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여유롭게 공부하고 실습할 수 있었던 시절에 학생들을 괜히 바쁘게 만들어서 정신없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주었을 뿐.

삶에 필요한 지식들은 살아가는 동안 필요에 의해서 자동터득되고 관심이 있다보면 전문가 이상의 지식과 경험을 갖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삶에서 요구되는 수준의 지식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지식을 얻는 것은 지금 어려운 일도 아닐 뿐더러. 일생을 두고 혹은 장기간 실무에 도움이 되는 원리와 제반 지식을 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학교는 능히 최신의 가장 군더더기 없이 정제된 시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학교’로서 마땅히 사회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론에 불과할 뿐.

세상이 많이 바뀌었으니 전자기술 실무에 대한 컬럼들이 있나 뒤적여봤으나 아쉽게도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내용들이 업체의 광고내용들이라 말이 잡지지 그냥 두꺼운 광고찌라시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렇게 되고 보면 더 이상 잡지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냥 웹진 상태로 머무르면 될 걸 왜 매달 인쇄를 해서 찍어내는 것일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