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재미없게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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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본질을 파고들려고 하고 그것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짓을 하다보면 삶을 재미없게 만든다고 나는 생각한다.
뭔가 어떤 것에 대해서 좋은 마음이 들고 이유없이 기대되고 즐거운 기분이 든다면 그것을 그대로 즐겨야지 그것의 본질을 파고들고 알려고 하지 말아야 그러운 즐거움을 오래 가지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어떤 것에 대한 환상, 막연히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해야 되는 거다. 괜히 그 내막을 알아버리려고 하거나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야, 혹은 알고 보면 별로 좋을 게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말 것이라면 그런 시도 조차 나에게 별로 좋을 게 없다는 거다.
그런데 뭔가 너무 좋으면 이게 도대체 왜 좋은 것인가 (엄밀히 말해서 좋게 느껴지는 것일까)를 알고 싶어하게 된다. 그런데 다 알고나니 내가 뭔가 말도 안되는 환상이나 선입견에 사로잡혀서 모든 것을 좋게만 봤구나 하는 깨닫음이 온다면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좋아했던 것만 못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한 때는 그냥 막연히 좋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바보 같은 짓, 그 본질을 알지 못하는 것을 무지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생각 덕택에 본질을 알려고 하고 계속해서 더 몰입해서 깊게 파고 들어가다가 막상 ‘별 다른 게 없다’의 결론에 이르게 되고 나서는 모든 흥미를 잃고 허무함에 빠지게 되는 거다.
이 세상에 본질을 전부 다 알고나면 뭐 그다지 대단히 새로울 것도, 대단할 것도, 엄청날 것도 없다. 그래도 뭔가 열광하고 뭔가 엄청난 흥미와 대단한 호감이 생기는 이유는 그것의 본질을 알지 못하니 뭔가 엄청나게 좋을 거라는 생각에서 오는 환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없어지면 그냥 그냥 별 볼 일 없는 것에 불과하게 되는 거다. 뭔가를 하고 싶어지는 호감도, 도전하고 싶은 의욕도 다 사라진다.
이것은 이래서 좋고 저것은 저래서 좋다고 생각하라고 하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본질을 알고 보니 좋은 점이나 나에게 뭔가 자극을 가져다 준 특징은 모두 무시한 채 이것은 저것을 가져다 만든 것이라 특별할 것도 더 새로울 것도 없고 하는 결론을 얻어버릴 사고 체계라면 그냥 갖다버리는 게 맞다. 새로울 게 없는, 새로운 게 있다고 해봐야 예전의 것을 가져다가 이리 저래 바꾼 것에 불과한 것인데, 그래서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닌 그런 허무한 세상에서만 살게 되는 거다.
이것 하나만 바꿨는데 이렇게 재미있어지는 구나! 그렇다면 이것도 바꿔 보고 저것도 가져다 붙여볼까? 하면서 살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