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뿜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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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신상의 변화는 내게 서서히 다가오는 법이 별로 없었다. 항상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닥쳐오는 편이었다. 그게 내게는 꽤 일반적인 패턴처럼 느껴진다.
이를테면, (조금 비약된 예일 수도 있지만 설명을 위해 들자면) 회사에서 잘리고, 친한 친구와의 절연까지 겹치는 식의 상황. 한 가지만으로도 감당이 어려운 일이, 두세 가지가 동시에 혹은 연달아 발생하는 것이다.
너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위에 든 예시보다 2~3배는 더 복합적이고 강한 충격을 준 상황을 최근에 맞닥뜨렸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런 일들은 꼭 동시에 일어나지 않더라도,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약한 고리들이 흔들리며 연쇄적으로 터지는 것 같다. 처음엔 개인적인 불행처럼 느껴지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건 나만 겪는 일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잘 들여다보면, 이런 연쇄 작용의 출발점은 ‘경제적 문제’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꽤 많다.
예를 들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지고, 그 여파로 멀쩡하던 직장에서 나오게 되고, 그게 가족관계나 인간관계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결국 삶 전체가 산산조각 나는 상황까지 가기도 한다.
물론 누구에게나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혹은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겐 이런 일이 아주 드물진 않은, 어쩌면 ‘가끔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한 번 바닥을 찍고 다시 상황이 좋아지면 사람들은 그 순간의 행복을 더 진하게 느끼려 애쓰는 것 같다. 회복의 순간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삶의 감정 밀도를 더 짙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뭐랄까, 돈 문제가 요동칠 때마다 사람들은 ‘좋았다 나빴다’의 감정 파도를 타는 것 같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강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테마파크의 파도풀처럼, 우리는 그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리저리 떠밀리며 버티는 느낌이다.
나처럼 경제적인 든든한 뒷배가 없는 사람에겐 그런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생존의 경고등이 켜지는 셈이다. 어쩌면 그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편도체가 위험을 감지해 뇌 전체를 긴장시키는 생존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소중한 것들은 꼭 잃고 나서야만 알 수 있는 걸까?
이 세상에 진짜 소중한 것들은 대부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나에게 강한 감동을 주고 다가온 것들일수록, 그 머무는 시간이 짧다.
왜일까?
그 감동이 진하고 좋기 때문에, 나는 그걸 오래 붙잡아두려 애쓰고, 그 애씀이 클수록 오히려 더 빨리 멀어지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차고에 뒹굴고 있는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은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늘 제자리에 있다.
그런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는 내 곁에 영원히 머물러주었으면 하는 것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를 쓴다.
그렇게 공을 들이면 들일수록 나의 욕심은 더 커지고, 그 욕심은 어느새 감정의 파문이 되어 번져나간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그것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곧바로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나는 그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나를 숨기고, 감정을 감추고, 아무 일 없는 척 애쓰지만—
결국, 이별의 순간은 찾아온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