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비스를 구독했다...

나란 사람은… 글쎄, 나와 비슷한 나이와 조건의 사람들의 평균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간해서는 지갑을 잘 열지 않는 타입이다.

일평생 ‘구독(subscription)’이라는 걸 거의 하지 않고 살아왔다. 집에 들어오는 인터넷 서비스야 이제 전기나 수도처럼 필수적인 요소가 되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이 구독하고 있지만, 그것 말고는 딱히 구독하는 서비스가 없었다.

그런 내가, 최근에 AI 서비스 두 개를 구독했다. 처음은 ElevenLabs라는 서비스였는데, 스크립트를 주면 자연스러운 음성으로 읽어낸 WAV 파일을 만들어준다. 회사 일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무료 한도를 초과하게 되어 결국 유료 구독을 해봤다. 물론, 그 이후엔 쓸 일이 없어져서 지금은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그리고 이번엔 ChatGPT를 구독했다. 역시나 무료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토큰을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구독을 하게 되니 오히려 더 많이 의존하게 되었다. 차라리 구독을 강제하고 그에 따라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는 것이 사용자 입장에선 더 나은 선택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독을 꺼려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local LLM을 직접 설치해서 써볼까도 생각해봤지만, 현실적으로 비싼 GPU 시스템이 없는 이상 거대한 추론 모델을 온전히 돌릴 수는 없다. 게다가 그것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며 관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성능을 줄여서 가정용 PC에 맞춘 소형 LLM은 결국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낼 수밖에 없다. 한때 neural network를 전공했던 내 입장에서 보면, 이건 너무도 당연한 결과다. 신호처리적 방법으로 패턴을 인식하고 분류/식별하는 구조에서, weight의 precision을 강제로 줄이고 양을 정제해도 성능 저하는 피할 수 없는 법이다.

그 성능 저하는, 전체적인 오답이거나 부분적인 오류로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학습된 데이터의 양이 크게 줄어든 탓에, 답해줄 수 있는 정보의 한계도 명확해진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구독을 하게 되면 사람 마음이란 게 ‘본전을 뽑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여기에 여러 가지 자동화를 덧붙여 시도해보게 된다. 사실 AI의 장점을 살려보자는 건, 예전처럼 전부 코드를 짜서 일일이 처리하지 않아도, 조건만 대충 알려주면 알아서 척척 자동화해주는 걸 바라는 거 아닌가?

이런 걸 하고 있으면, 누군가는 “네가 시간이 남아도나 보지?”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묻고 싶다. 그럼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도대체 어디에 써야 하는가?

뭘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보내기보다는, 재미있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시간, 그게 오히려 가장 좋은 시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