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이 기타의 한계...

팬데믹 무렵, 저렴이 기타를 모으는 데 꽤 진심이었던 것 같다.

계기는 단순했다. 멀쩡한 저렴이 기타 두어 개를 만져보고,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잖아”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그 괜찮았던 저렴이들은 전부 처분해버렸고, 지금 손에 남은 건 도리어 애매해서 처분도 어려운 수준의 기타들이다.

말 안 해도 알겠지만, 저렴이 기타의 특징은 대체로 이렇다. 특히 ‘덜 저렴이’들과 비교해 보면 더더욱 눈에 띈다. • 마감이 아쉽다. • 부품 품질이 확실히 떨어진다. 특히 튜너, 너트, 브리지.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튜닝 안정성이 떨어진다.

프렛별 튜닝 차이가 느껴지고, 아무리 인토네이션을 잘 맞춰도 연주할 마음이 사라질 정도로 음이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게 꽤나 짜증을 유발한다. ‘어차피 일렉기타인데, 뭐든 다 비슷하지 않나?’ 싶다가도 조금만 손에 익으면 바디 모양이나 재질에 따라 나오는 소리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걸 느끼고 나면, 이것저것 다양한 기타를 만져보고 싶어지는 거다.

그렇게 해서 저렴이 기타를 선호하게 된 거고, 요즘 저렴이들은 예전보다 바디 울림이나 기본 톤도 잘 나오는 편이다. 다만, 결국 악기로서의 기능이 조금 부족하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그냥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기타 몇 개만 남기고 나머지 저렴이들은 다 정리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할 수 있고, 다채로운 것도 좋지만 그건 그냥 거기까지인 거다. 세계의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것도 어쩌다 한두 번이니까 즐거운 거지, 매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