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Leandro and Hay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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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악기 하나를 구입하려고 열심히 찾던 도중,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San Leandro의 악기점에
내가 찾던 물건이 있다고 해서 한 번 가봤다.
소감이 어떠냐고? 글쎄.
그런데 캘리포니아에서 걷히는 세금은 다 어디로 갔는지,
로컬 도로 상태가 너무 안 좋았던 기억만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San Leandro와 Hayward는 매우 가깝다.
둘 다 말로만 듣던 곳이라, 또 바로 옆이기도 해서 한 번 들러봤다.
이런 동네를 다녀오면,
세상 사는 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뭐랄까, 내 눈엔 ‘너무 힘주며 살지 않아도 이 정도는 살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달까.
특정 지역이나 누군가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저,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 한복판에서 살다가 이곳에 오니
뭔가 조금이나마 더 잘 나보려고 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그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악기점은 생각보다 꽤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렇게 매일 가게 문을 열고 있다는 걸 보면,
아마 다른 사업으로 이익을 내면서 이곳은 적자를 내더라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굉장히 착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내가 직접 물건을 살 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묻고 귀찮게 하기만 하니
빨리 나가기를 바라며 얼굴 표정이 굳기 마련인데,
그는 되지 않는 말솜씨로 이래라 저래라 도와주려 애썼다.
가게에 진열된 악기들도 만져보라며 안내해주었다.
막상 새 물건이라고 보여준 악기는 제법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탄 흔적 때문에
5-6년 전 내가 구입했던 것들보다도 훨씬 지저분한 꼴을 하고 있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 어디선가 맥주 몇 병 마시고 온 듯한 뻘건 코를 한 — 참관인이 계속 대화에 끼어들었다.
전혀 악기를 다룰 것 같지 않아 보이는 — 물론, 이는 나의 선입견에서 기인한 거다 — 그가
내가 찾는 악기의 세부 사양을 줄줄 읊어대는 모습은 꽤 의외였다.
서울에 살 때는 어딜 가도 음악 얘기를 함께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보니, 나는 이렇게 되어버렸다.
2층에는 다른 악기들을 팔고 있었는지,
어린 아이 하나와 그 엄마로 보이는 사람이 내려왔다.
아이는 즐겁게 놀았는지 흡족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점원은 다음에 또 놀러 오라며 그들과 인사를 주고받았다.
돈 많고 잘난 사람들 많은 곳에 사는 것도,
어찌 보면 공장 매연으로 오염된 곳에 사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않나 싶다.
어차피 짧은 생 살다 가는 건데, 어디에 살든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 아닐까.
이제는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깨끗하기 이를 데 없는 서울에서 너무 오래 살았던 나는,
착하고 순진한 사람 귀한 줄 모르는 나는, 지저분한 곳이 많이 보이면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실, 미국에서 손에 꼽히는 돈 많은 도시들이 아니면 대부분 비슷하다.
1~2년 전인가, Hayward에 산다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이런 저런 이유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일부러 밝혔던 기억이 난다.
그가 하고 있는 일 때문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든, 누군가에게 홀대를 받은 경험이 꽤 있나 보다 싶었다.
보나마나 어려운 시절 이민와서 좁은 시야로 살아온 한국 사람들로부터겠거니 했다.
그는 자기 동네 이야기는 하지 않고,
일이 쉬는 날이면 내가 살고 있는 도시로 와서 하루를 보내다 간다고 했다.
차가 안 막히는 날에도 편도로 40~50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인데,
왜 그렇게 힘들게 매주 한두 번씩 오는 걸까, 그땐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직접 Hayward에 와보니 그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는 잘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