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긴대로 산다...
on
자주 그런 일이 생긴다.
‘왜 나는 이럴까?’
‘왜 나는 이렇게 밖에 못할까?’
글쎄 이건 거울을 바라보며 ‘왜 난 이렇게 생겼나?’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의 의식은 나의 말과 행동, 더 나아가서는 나란 사람이 내내 못마땅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냥 생긴대로 살고 있을 뿐.
지극히 엄격한 자연 법칙에 따라서 부모에게서 받은 것 + 지금껏 경험한 그 모든 것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좋게 받아들이든 안좋게 받아들이든 거부할 수도 없고 당장에 어떻게 바꿔볼 수도 없는 거다.
타인들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함부로 말 할 수 없는 것도, 타인의 모습들도 다 그들이 원해서 그들이 의도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도 그들이 의식하기에 너무너무 자신이 만족스러워서 살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럴 수도 없을 뿐더러.
그들이 과거에 어땠든 나는 지금 나와 타인들의 현재의 스냅샷을 바라보고 있을 뿐, 앞으로 또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렇게 말하면 뭐하지만 내 눈으로 보이는 타인들과 이 세상의 변화는 랜덤 시그널을 cut-off frequency가 매우 낮은 LPF에 통과시켰을 때의 결과를 보고 있다고 해야할까? 이런 시스템의 특징은 단기간의 변화는 어떻게든 prediction이 가능하겠지만 장기간의 변화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내가 가장 잘 안다는 나란 사람의 미래도 단기간의 변화(글쎄 수십분 이내?)는 어떻게든 예측이 가능하겠지만 그 이후는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지금을 즐기라는 말을 하는 것이겠지. 이렇게 ‘지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도 기나긴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사실상 순간에 불과하니까 살아있을 때를 즐기자. ‘생긴 대로의 삶’에 만족까진 못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