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사고에 개겨보기...
on
예전에 부정적인 사고습관에 빠져 힘든 나날을 보낼 때, 어차피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거라면 그냥 반대로 해보자는 마음을 먹은 적이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날 나는 엄청난 유포리아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 그 이후로는 세상이 모두 나를 위해 돌아가는 듯한 착각에 취해보기도 했고, 한동안은 그렇게 즐거운 나날을 보냈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최근 3주 넘게는 다시 부정적 사고의 회로에 갇혀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깨달은 건, 내가 부정적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 곁에서 계속 들어주고 반응해 주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럴수록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뿐 아니라, 그 반응에 의존하게 되어 온종일 거기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기까지 했으니까.
누군가 말했듯, 천국과 지옥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하지 않던가. 진부하게 들리지만, 그래도 ‘일체유심조’보단 덜 고풍스럽다. 어쨌든 세상은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천국이 되기도, 지옥이 되기도 한다. 결국 모든 것은 내 마음의 해석에 달려 있다.
기왕 이 세상에 태어나 살고 있는데 매 순간이 즐겁고 기쁘다고 생각하는 데 무슨 손해가 있을까? 설령 조금 손해 본다 해도 어때서. 세상이 지옥 같다며 괴로워할 때 겪는 그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제멋에 사는 게 인생’이란 걸 잘 알고 있음에도, 늘 그놈의 겸손한 척, 아무것도 아닌 척, 사려 깊은 척, 신중한 척, 조심성 있는 척, 배려하는 척 하느라 남의 눈치를 보다 못해 스스로 눈치까지 보며 쭈그리고 살아왔다. 나 혼자만의 이상하기 짝이 없는 고상한 기준을 스스로에게 들이대며 기를 죽이고. 정작 나 스스로 ‘제멋’에 살지 못하니, ‘제멋’에 살아가는 멀쩡한 사람들을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그래서, 우울하게 찌그러져 사느니, 오늘부터는 나는 제멋에 겨워 살아보려고 한다. 나 잘난 멋에 취해 사는 거다. 어차피 한 세상,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매한가지 아닌가. 없는 잘난 척도 해보고, 실없는 소리도 해보고, 있는 잘난 척도 다 해가면서. 그러다 훗날 공허해질지라도, 다시 예전의 쭈그러든 나와의 괴리감에 무너져 버릴지라도 괜찮다.
부정적인 소리가 마음속에서 들려오면, 기분도 꿀꿀한 김에 누가 이기나 한판 찐하게 붙어보는 거다. 오랜만에 말꼬리를 물고 늘어져보는 거다. 그러다, 간만에 또 제멋에 겨워, 기쁨 터지는 유포리아를 맛보게 될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