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내려놓기...

집착을 내려놓는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고 있다. 한동안 불안과 과도한 생각 때문에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니 모두 같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대부분의 집착은 이런 식으로 출발한다.

A하면 B할 텐데...

명제 A는 대개 나의 욕심/바램에서 출발하고 B는 대개 근거가 없거나 불확실한 명제인데 나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명제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A와 B 모두 확실한 기반이 없는 경우가 많다. 글로 적어보면 터무니없다는 걸 알 수 있는데도, 마음은 이걸 불안 심리와 연결 지어 꽉 붙잡으려 한다.

예를 들면,

지금 내가 가진 돈이 X 미만이면, 나는 나중에 힘들어질텐데.

여기서 A는 ‘지금 가진 돈이 X 이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명제이고, B는 사실상 아무 근거도 없는, 불확실한 미래 예측이다. 따라서 이런 조건 명제는 애초에 논리적 근거가 희박하다. 그러나 한 번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 강력한 힘을 발휘해 불안을 키운다.

이런 집착은 대개 현실의 욕심과 결합해, “명제 A가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한다”라는 생각으로 바뀐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절대적인 조건으로 스스로 규정해 버리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응시한 시험과 관련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내가 이번 시험에서 떨어지면 나는 영원한 낙오자가 될 것이다.

돌아보면, 성장 과정에서 학교에서 이런 식의 말을 무수히 들었던 기억이 있다. 직접적으로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비슷한 맥락의 메시지가 끊임없이 주어졌다.

그 결과 나도 모르게 습관화가 되었다. 단순한 바램을 극단적으로 과장해 스스로 불안을 조장하는 명제로 바꿔 놓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위기감을 가져야 더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믿음이 자리 잡은 채,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온 셈이다.

심리학적으로 이것들을 종합하면,

한 때 이런 극단적인 사고가 내가 자라오는 과정에서 나를 채찍질하는 효과를 잠시 일으켰을지 몰라도 이렇게 습관화된 사고는 결국 나를 갉아먹는다.

생각보다 나는 정말 많은 ‘말도 안되는’ 조건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 나를 조금씩 자유로운 위치로 되돌려놓는 과정도 꽤나 흥미롭고 보람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