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연휴...2

4일의 휴일 중에 하루를 흘려보내고 다음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색다른 날이니 오랜만에 주변 지역 한번 드라이브 해주고 사실상 토요일은 아무런 차이가 없으니 평소의 일정 (회사 짐에 가서 깔짝대기) 을 소화하려고 보니 연휴를 이용해서 회사 건물이 관리 중이라고 문을 모두 닫아놓았다는 걸 알게 됐다.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밖에서 점심을 떼울 생각을 하고 식당에 들어가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어제의 생각이 났다.

내가 평소에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 무엇인가, 습관적으로 찾아오는 감정이 무엇이었나 하게 되었다.

어제 적어 놓은 것의 주된 내용은 삶에서 벌어지는 일을 물리 법칙이 실행되고 있는 것처럼 바라보기였다.

쉽게 말해 다양한 매개 변수들이 들어가 있는 함수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값을 내주는 상황이랄까. 다만 우리가 그것을 제대로 계산해 낼 방법이 없으니까 예측도 못하고 모의실험도 할 수 없는 것일 뿐.

어쨌든 그렇게 현재 주어진 조건을 모두 입력하면 한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결과를 내준다고 하면 그 결과를 보고 이러니 저러니 트집을 잡을 이유가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냥 그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 뿐. 문제는 내가 습관적으로, 경험적으로 내게 일어나는 일을 좋다 나쁘다 붙여놓고 기쁘고 분하고 불안하고의 감정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와 지금이 갖지 않은데 과거의 경험으로 지금의 좋고 나쁨을 가리고 이유없이 좋아하기도 이유없이 미워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을 모두 비우고 가만히 앉아서 세상을 바라보면 그동안 이것 저것, 이 사람 저 사람을 바라보며 이러쿵 저러쿵하며 이것은 이래야 한다 저것은 저래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뭐랄까 이제 막 말을 시작한 어린아이처럼이나 유치하고 어리석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거기에 더해서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이런 저런 해석과 의미를 붙여 스스로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생각들도 다 무의미했구나 알게 된다.

그런 생각들과 감정들을 걷어내면 나는 세상의 고요함을 얻는다. 뭐랄까 어디 왔는지 모를 수 많은 사람들은 다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에 따라 이리 저리 반응하고 있어서 특별히 일행이 아닌 이상 대부분 제각각 브라운 운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어쩌다 물끄러미 사람들을 관찰하는 나와 눈이 마주치는 것은 그냥 우연한 일일 뿐, 나나 그 사람이나 서로 아무런 감정이 있을리가 없다. 단지 내가 그 사람의 겉모습과 행동을 통해서 이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러 왔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만 나의 경험을 통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석될 뿐. 그것은 실제로 그러한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그저 나만의 생각인 것이다.

누군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떠들어대더라도 그것은 그럴만한 조건이 성립되었으니 그렇게 하고 있을 뿐, 그것이 특별히 나를 향한 어떤 것이 아닌 이상 그냥 수많은 배경잡음의 하나일 뿐이다. 단지 내가 그를 응시하고 있기 때문에 내 감각 기관과 뇌에 의해서 특별히 구분되어 들리고 있을 뿐,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기에 그것은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닌 것이다. 의미가 있다한들 좋을 것도 나쁠 것 또한 없다.

이렇게 되고 보니 누군가의 나를 향한 행동이나 말들도 그저 그 사람에게 주어진 조건에서 얻어지는 한치 오차도 없는 결과일 뿐이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인데, 나는 계속해서 그걸 나의 경험, 습관적으로 좋다 나쁘다 한다. 더러는 과거의 일들을 끄집어내서 미워하는 마음을 갖기도 하고 그 때문에 이 사람은 되니 안되니 정해버리려고 하고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까지 스스로 예측해가며 관계를 끊어내려 한다.

아쉽게도 사람에게는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고 고작해야 지금 주어진 조건을 토대로 그럴 것이다 주제 넘게 생각하고 좋을 것이다 나쁠 것이다 분별한다. 자신이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게 필연적이라는 것을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들을 통해서 뒷받침 하려고 한다. 물론 아니면 그만인 것이다.

우리가 과거에 대한 기억은 가지고 있고,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는 이상 현재에 어떤 것을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감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것을 했을 때 감정적 보상이 주어진다거나 확실하게 미래에 가치가 있을 거라 판단되면 그것을 하기로 맘먹고 그게 아니라면 하지 않는다. 미래를 에측할 수 없기에 현재의 어떤 것을 할지 말지 하는 결정을 미래에 대한 예측을 기반으로 한다면 어쩌면 그것은 주제넘은 결정이라고 볼 수도 있고 도박을 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의 내가 이것을 했을 때 불쾌한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정리해보면,

그래서, 특별히 어떤 것이 좋거나 나쁘다, 밉다고 하는 것은 다 내 어리석은 마음이 빚어낸 것이고 그런 생각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나를 자유롭게 하는 일이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을 막연히 좋다고 여기면 좋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 고통스럽고, 나쁘다고 하면 불필요하게 마음이 불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