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지배 당하기...

감정이란 말의 뜻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걸 의미하는지 이건 잘 몰랐던 것 같다. 덕택에 내가 살아오면서 감정에 지배를 받는 경우가 어떤 것인지도 몰랐고. 그게 ‘편도체’에 압도되는 상황, 또는 ‘전전두엽’의 활동이 제한받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나서야 슬슬 이해가 되었달까?

내가 살다가 가끔씩 내가 생각하기에도 좀 버거운 상태 - 그러니까 어떻게 하든 돌파구를 찾지 못해서 답답한 상태 - 에 직면하게 되면 나혼자 떠들어 대는 것을 녹음해보기도 하고, 그 답답한 상태를 녹화해서 관찰해본다든가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해두면 시간이 지난 뒤에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러니까, 당장에 뭔가 디버깅을 해야겠는데 실마리는 잡히지 않으니까 관련 로그들을 모두 수집 해놓듯이 말이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뒤에 로그들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문제가 풀리는 디버깅과는 달리, 나라는 인간의 버그는 나중에 그 로그(녹음/영상)들을 살펴보면 볼 수록 더 미궁에 빠지게 된다. ‘도대체 왜 저러고 있는거지?’ 싶을 정도로 나는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고 있기도 하고 누군가의 말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는지 황당한 대답을 하기도 하고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지경에 있는 걸 보게 된다. 더러는 흥분하기도 하고 더러는 뭔지 모를 분노를 품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기도 하다.

자아라는 것도 내 뇌 안에 있는 것이다보니 전체 뇌기능이 뭔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동작하면 그 또한 제구실을 할 수 없는 모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