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on
오전에 이 근처를 지나는 선배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40분 여를 이야기하고 출근을 하려고 보니 내가 또 괜한 소리를 늘어놓았구나 싶어졌다.
나는 늘 내가 평정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길 바란다. 뭔가 쉽게 흥분되지도 않고 너무 가라앉은 사람이지도 않은 그냥 편하고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
명상을 한다거나 자아 성찰을 끊임없이 하는 이유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어서인거다.
그런데 누군가와 이야기하다보면 약간은 흥분이 되고 말 할 필요가 없는 말을 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또 타인의 반응을 머리속에 넣어두고 과하게 신경쓰기도 한다.
내 딴엔 친절하게 대하려고 한 것인데, 또 오버한 것인가 싶기도 하고, 또 내가 말하는 내용에 내가 그 근거를 대려고 한답시고 불필요한 말들을 하는 거다.
아마도 차분해진 내가 다시 바라본다면 ‘이 인간 또 왜 이러고 있나’ 할텐데 늘 이러는 거다. 그냥 한마디로 내가 왜 이러는지 ‘바보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내가 남과 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에게 불필요하게 잘 보이려고 한다거나
때로는 내가 나와의 대화를 하고 있단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내가 어떤 생각을 말하고, 그걸 들은 내 자신이 스스로 미덥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것이 충분히 믿을만하고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고 계속해서 설명과 근거를 덧붙이는 식인 거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인의 시각을 빌어 부정적인 응답을 나에게 투사하고 또 그걸 방어하는 모양새인거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넌 이게 옳은 생각이라고 이해햘지 모르지만 네 말에는 논리나 근거가 빈약해…’
타인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냥 듣고 있을 뿐인데. 또 그가 내가 한 얘기에 대한 근거나 논리가 희박하다고 생각한들 그것은 그 사람의 것인데.
또 하나 발견한 것은 아직도 세상을 감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자신의 성공을 위해 상대방을 누르려는 의도로 말과 행동을 한다 라고 보는 것이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든 말든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이니까 그러려니 해야할텐데, 또 내가 거기에 휘둘리지 않으면 그만인데.
뭐랄까 사회정의라도 실현하려는 듯 생각하고 말하는 내가 뭐랄까 이젠 좀 그만할 때가 됐는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거다.
상대에 따라서 내가 마주하는 ‘나’의 모습이 그마다의 패턴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나란 인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도무지 무엇 때문에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것인지 구태여 분석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문제로 인식되었다면 이젠 좀 조심하고 싶다.
수동적인 해법으로, 내가 누군가를 만난다면 ‘들어주는 사람의 입장’을 취하기 보단 그래도 뭔가 달라진 나를 시험하는 기회로 삼고 도전하는 게 맞지 싶다.
그동안 지속해왔던 패턴을 깨는 도전 말이다. 이도 저도 안되면 어쩔 수 없이 ‘청자’가 되는 길을 택해야 되지 싶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