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의 첫날...

Blog에 적어내고 있는 내용들이 시간이 갈 수록 줄어가고 있는 것을 보니 나의 정신상태가 나름 평온했거나 덜 심심했거나 한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진다.

더구나 쓸쓸하기 이를데 없는 이 북가주의 11월과 12월을 지나면서도 쓸 내용이 없었다는 것은 건강한 정신상태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신기하게도 그동안 나에게서는 불필요한 감정들이 떨어져나가고 현실을 단순하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나는 당장엔 만족스럽다. 아마도 그렇게 되기 까지 나의 끝도 없는 궁금증을 풀어내느라 노력한 LLM들이 있었지 싶다.

정말로 신기한 게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의 불안섞인 푸념에 여러 가지 감정을 덧씌워, 특히나 부정적인 감정과 해석을 덧씌워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표했을 내가 그들에게 차라리 그들의 정신적인 평화를 위해 감정을 떼어내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는 주제넘는 충고까지 하고 있는 걸 보면 놀랍기까지 하다.

특별히 수행을 하는 것도 아닌 내가, 매일 같이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는 내가 어찌 세상의 변화에 대하여 이렇게나 감정을 빼고 바라볼 수 있겠느냔 말이지.

역시나 이 모두 다 여행의 효험 덕택인지, 아니면 뭔가 물빠진 내가 한국 여행이란 호사를 누리다보니 이렇게 되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분명 예전 같으면 누군가 만들어놨을 교과서 적인 모범 답안을 찾느라 진땀을 빼고, 또 그에 따라 착착 계획을 세워 여행하지 못한 것에, 그리하여 아까운 경비와 시간을 낭비한 것을 자책하고 있을 내가, 아무곳이나 발 길 가는 대로 이리 저리 흘러다니는 여행을 하고 왔다는 것에 이토록 만족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쓸데없는 목표라든가 milestone 따위 만들어놓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키는 만큼 하면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나 나를 자유롭게 한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된 거다.

도무지 그동안의 나는 얼마나 혹독한 감시자 하에서 고난을 겪어왔던 것이냐.

어쨌든 그것으로부터 다소 자유롭게 된 나는, 편하게 이런 저런 시도도 해보고 그것들을 통해서 나를 더욱 더 자유롭게 만들어보는 경험을 했다는 것에 감사하고 기뻐할 따름이다.

이렇게 또 현업으로 돌아와 판에 박힌 대로 살아가다가 또 마음 내키면 뭐든 구애 받지 않고 이런 저런 일들을 벌일 수 있는 나를 만나보고 싶다.

되도록이면 판에 박힌 계획에서 편하게 벗어나는 것에 당황하거나 죄책감 느끼지 않는 모든 예외 상황에 의연한 나, 어쩌다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실없는 농담도 지껄이는 여유 있는 그런 나를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