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좋아하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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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정확히는 학습된 LLM이라 부르고 싶다—에 의존한 지 꽤 시간이 흐르면서 그 결과가 서서히 내 삶에 투영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AI의 결과물을 신뢰하기 어려워졌고, 자연스레 의존도 또한 낮아졌다. 이제는 그저 번거로운 잡무를 처리할 때나 도움을 받는 정도로 거리를 두고 있다. 내 삶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주변에 제법 큰 노이즈가 끼어버린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LLM이 세상을 지배하기 전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야 할 필요를 느낀다.
세상이 무료하고 미래가 암담해 불안해질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기술이 툭툭 튀어나오니, 우리는 그 신기루에 열광하고 매달리며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팬데믹이 지난 지도 벌써 5년이다. 돌이켜보면 차라리 그때가 좋았나 싶기도 하니 참 모를 일이다. 물론 팬데믹 시절에는 또 그 이전의 일상을 그리워하며 살았겠지만 말이다.
AI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어떤 정책에 기반한 문맥들을 학습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다 해줄 테니 너는 뒷짐만 지고 있어”라는 식의 오만한 표현을 접할 때면 기가 찰 뿐이다. 이런 말들을 볼 때면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 남들은 다 하는 걸 나만 못하는 걸까?: 분명 그렇지 않다. 하지만 최근 AI의 답변 트렌드는 마치 “당신의 고민 따위는 내게 식은 죽 먹기다”라는 식으로 학습된 모양새다.
- AI는 쉽게 학습하는 문맥을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천만에. LLM은 그저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사한 문맥을 내뱉는 예측기(Predictor)일 뿐이다. 이해의 영역이 아니다. 학습조차 거대한 행렬 속 특정 영역의 가중치 변화로 존재할 뿐이다.
- “너는 명령만 내려, 세상의 지식을 조합해 결과를 만들어줄게.”: 이 역시 궤변이다. 에이전트 기술과 맞물려 이런 경향이 짙어지고 있지만, 실상은 허구에 가깝다.
결국 나는 내가 하던 대로 살면 된다. 이 llm 놀이가 세상의 잡음을 잔뜩 키워놓았다가 또 언젠가 어떻게든 한번은 뒤집어지고 나면 사람이 귀한 줄 아는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그래도 솔직히 말해서 복잡한 내용을 주요 문맥만 뽑아서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축약된 문맥의 내용들을 LLM이 이미 학습한 내용과 연계해서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채워넣는 능력도 정말 인정할만 하다.
괴로운 것은 LLM과 오래 대화할 수록 나란 인간이 구사하는 언어의 비루함에 늘 노출된다는 것. 특히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소통해야 하는 나 같은 사람들은 그 참혹함이 더하다. 도무지 왜 모국어로는 잘 되는 게 외국어로는 안되는 것인지. LLM도 쉽게 하는 걸 왜 인간은 못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