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별거냐...

요샌 밤 9시만 넘으면 잠들고 대낮에 몸을 고달프게 하지 않으니까 새벽 5시 반 정도면 깬다. 잠을 이 정도 잘 잘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걸 실감한다. 그동안 살면서 잠 제대로 못 자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서.

깨난 뒤에 잠시 세상 돌아가는 걸 확인하고 출근하려면 빨라야 6시반 정도가 되는데, 이 때 길에 나가도 제법 체증이 시작되는 그런 곳이다. 9시 넘어서 출근해지면 조금 나아지는 정도.

어쨌든 난 아침에 운전석에 앉아서 차를 몰고 나가면 늘 어떤 차선으로, 어떤 길로 나가야 더 빨리 회사에 도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신호가 빨리 뚫리는 경로를 선택했다 못했다를 가지고 희비가 엇갈리는 경험을 수도 없이 하면서.

그놈의 회사를 빨리가봐야 나에게 뭐가 좋은지 모를 일이지만 나는 어느 시점부터 별 것 아닌 것들이 나의 기분을 결정하게 맡겨놓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일찍 도착하든 늦게 도착하든 그것이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역발상으로 일부러 안 나가는 차선을 골라 선택하더라도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비슷한 예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들여다본 내가 가진 주식의 시간외 거래 가격이 나의 하루 종일의 기분을 결정하고. 당장 팔지도 않을 주식의 가치가 올라있거나 내려있거나가 궁극적으로 나에게 뭐가 좋은지 알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나의 하루의 기분을 결정하게 맡겨둔다.

그깟 주식 상한가를 맞든 반토막이 되든 아니면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든 그것이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역발상으로 일부러 망하려고 작정하고 주식투자를 했다하더라도 쉽게 망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늘상 나는 이런 걸 생각한다. 사는 것은 그저 나란 존재가 처한 상황을 입력으로 하여 나란 인간이란 함수가 출력을 내어주는 것의 연속이라고. 내가 뭘 선택하든 그것은 내 조건을 반영한 결과이고 내가 뭘 생각하든 그것은 내게 주어진 조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것을.

일부러 엉터리로 살겠다고 맘 먹어도 그게 잘 안되고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 되겠다고 혹은 특별한 존재가 되겠다고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난 내게 주어진 조건을 어떻게든 초월할 수 없다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매일 같이 판에 박힌 대로 살아만 가고 있는 내가 답답하기 그지 없어도. 이것이 나에겐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러니까 너무너무 소중한 나의 인생이라지만 그냥 이 지구 상에 흔해빠진 유기체의 삶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유기체로 구성된 robot - 폰 노이만의 구조를 따르는 시스템? 그러니까 DNA에 실려있는 firmware에 약간의 memory가 장단기 기억을 가지고 있는 - 이고 태어나자마자 내게 주어진 조건에서 뻔히 나올만한 pattern 중 하나가 나의 인생 궤적이란 게 되었고, temperature가 0이 아니니 약간씩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것이 좀 있을지라도, 역시나 예측 가능한 패턴의 인생을 살아가고 살아가게 될 확률이 높단 거지.

그럴 거라면 그냥 맘 편하게 살면 된다는 걸 알아도 그게 잘 안된다라는 거다. 그 역시 나같은 사람의 삶의 패턴이란 거지. 일부러 망하고 엉터리로 살아가고 싶어도 그렇게 안된다는 걸 알아도 그렇게 될까봐 전전 긍긍하며 사는 것. 이 또한 나란 사람의 삶의 패턴이기에 그러려니 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자기 자신이 자신을 관찰한다고 하면서 관찰하는 나를 또 관찰하는 일종의 재귀적 사고를 하는 지경.

‘그냥 맛있는 거 좀 먹고 푹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