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과 주식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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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을 때는 TV나 유튜브 등 모든 방송 매체를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나에게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 같단 생각이 든다거나 온국민이 주식을 산다고 하면, 또 뭔가 좀 소외받던 종목들로 구성된 펀드가 출시되고 있다면 그건 분명히 고점신호인 거다.
나는 지난해의 혹독한 폭락장을 온몸으로 버텨냈다. 그리고 올해 찾아온 광적인 상승장에서는 기필코 최고점 근접한 곳에서 매도하겠노라 다짐하며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이번에도 미친듯 상승하는 모습을 보고
- 적당히 많이 오른 지점에서 하락 조짐이 보이면 분할 매도를 했다.
- 그러나 미친 듯이 치솟아서 광기어린 가격대로 진입한 뒤 나는 일종의 실신을 한 것처럼 아무짓도 못했다. 분명 감정을 지우고 기계적으로 매도하란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는데.
- 가격 변동이 심상찮은 구간에서도 다시 원래 가격으로 돌아오는 것을 여러번 경험하면 진정한 하락이 시작되어도 희망 회로를 돌린다. 곧 다시 반등되겠거니 하고.
- 하락은 한방에 크게 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계단식으로 떨어진다.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며.
- 결국 막판에 떨어지는 칼날을 무력하게 바라보며, 뒤늦게 허겁지겁 익절(수익 실현)을 감행하게 된다. 이땐 세금이니 뭐니 내 알바 아니다. 원금을 살리는 게 목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방송 매체들은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굳건하니 주식을 굳게 지켜야 한다고 떠들어댄다. 마치 서로 짜고 치는 각본이라도 있는 양 낙관론을 쏟아낸다. 그러나 주가가 반토막, 심지어 3분의 1토막이 나는 진짜 참사는 바로 그런 장밋빛 환상 속에서 소리 없이 찾아온다.
가격 변동이 수상할 때는 냅다 다 던지고 나와서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보낸 뒤, 시장이 잠잠해졌을 때 다시 들어가도 전혀 늦지 않는다. 이 쉬운 대피를 하지 못하면, 아무리 역대급 대세 상승장이라 할지라도 결국 손해만 보고 퇴장하게 된다는 진리를 나는 이번에도 뼈아프게 배운다.
나는 제법 장기 투자를 지향해 왔고, 운 좋게도 아직은 누적 수익률이 S&P 500 지수 대비 높은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최고가 대비 40%나 주저앉은 계좌를 바라보며, 가슴이 쓰리고 억울해도 어쩔 수 없이 남은 물량을 내동댕이치듯 팔아치우고 있다. 정말이지 이 지옥 같은 변동성 속으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번 기회에 아주 신물 나게 당했으니까.
‘계속해서 배운다’는 말은 참으로 잔인한 반복을 의미한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할 때는 조심하느라 너무 일찍 팔아버려 후회하고, 정작 진짜 꼭대기에 와서 시장이 ‘지금 당장 다 팔아!’ 하고 탈출 신호를 주는데도 알아채지 못한다. 결국 ‘설마 더 가겠지’ 하는 희망 회로를 돌리다 엄청난 하락을 정면으로 맞이한다. 그 와중에도 “쓸데없는 일시적 조정일 뿐이며 곧 반등할 것”이라는 낙관론자들의 감언이설에 끝없이 휘둘리다, 주가가 완전히 바닥까지 처박히고 나서야 비로소 비참하게 정신을 차리는 악순환의 반복 말이다.
주식 시장에서 떠도는 말들은 제발 잘 골라 듣기를 바란다. 대부분의 전문가 분석이나 기사들은 조정이 세게 오지 않는 평온한 장에서나 겨우 통한다. 미친 듯이 칼날이 떨어지는 장에서는 그 어떤 고상한 이론도 소용없다. 그냥 ‘다 팔아!’가 유일한 정답이다. 억울하면 일단 대피한 뒤에, 나중에 장이 안정되면 다시 들어가면 그만이다.
하루하루 막연한 희망을 품고 주식 창을 바라보며 나만의 탈출 기준가를 점점 낮춰가다가, 결국 하락이 멈추면 안도감은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내 계좌의 가격은 이미 최고가 대비 반토막 이하로 처참하게 부서진 상태다. 직접 이 지옥을 경험해 본 이들이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온몸으로 이해할 것이다.
나는 그래서 주식을 굴리는 경험만큼은 하루라도 젊고 어릴 때 많이 해봐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왜냐고? 감당할 수 있는 아주 작은 돈으로 주식 시장의 거센 파도를 직접 맞아봐야만, 탐욕과 공포 앞에서 요동치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은퇴를 앞두고 뒤늦게 고액의 자금을 굴리다가 이런 폭풍우를 맞이하게 되면, 정신이 마비되어 대처하지 못하고 결국 엄청난 손실만 안은 채 시장을 떠나게 될 확률이 100%다. 그리고 그나마 은행 금리보다 나은 수익을 주는 주식 시장을 평생 증오하며 영영 멀리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주식으로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이익을 원치 않거나, 어떤 비바람이 몰아쳐도 내 거액의 자산을 주식 시장에 없는 셈 치고 평생 묻어둘 수 있는 대인배라면 그렇게 해도 좋다. 소외받던 종목들이 느닷없이 우수수 폭등하는 순환매의 짜릿함을 선물처럼 맛볼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매일같이 시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괴물들이나 잡아챌 수 있는 영역이지, 잠시 신경을 끄고 살다 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흔적도 없이 꺼져버리는 곳이 바로 주식 시장이다.
평온하고 안정적인 삶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단 한 번뿐인 고귀한 인생의 정신을 주식 시장에 저당 잡히기 싫은 보통의 인간이라면, 적당히 먹고 빠져나오는 것만이 유일한 살길이다. 설령 그것이 안전하다는 S&P 500 지수 추종 자산일지라도,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어 실제 금리가 치솟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면 내 소중한 자산을 지키기 위해 탈출을 반드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