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행복하다...

푸짐하게 저녁을 먹고 나니 머리에 떠오른 생각이다. 힘들 땐 그저 잘 먹어야 한다.

오늘 아침엔 며칠전에 심박세동으로 수술을 받은 동네 아저씨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몸이 피곤하고 힘들지만 당장은 잘 있단다. 심심하면 전화해달란다.

뭐라 설명하긴 힘들지만 하루 빨리 회복되어 안정되길 바란다는 말이 내게서 진심으로 우러나왔다. 아프다는 이들에게 늘 그냥 형식적으로 건내던 말이 아닌.

그 누군가가 실제로 나에게 어떤 사람이든 그저 나에게 그런 마음이 우러나오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안녕을 진심으로 바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 단순히 그 두가지만으로도 난 행복한 사람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이 무슨 이유로든 한동안 많이 힘들고 나면 그에 상응하는 어떤 보상으로 유포리아가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요즘은 그런 유포리아가 하루에 최소 한번은 찾아오는 듯 하다. 아니 일부러 찾아오게끔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마저도 없으면 너무 내가 불쌍하니까.

일부러 어떤 날은 눈 떠 일어나면 살아 숨쉰다는 것으로 기쁨에 젖으려 하고 오늘 하루도 수고해달라는 말을 건넨다.

내가 과거에도 이랬던 적이 있던가?

돌이켜보니 내가 가진 것이 충분히 많던 시절, 그 땐 삶에 대한 감사따윈 없고 온통 이런 저런 불평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그저 ‘가진 것’이라 하면 돈이나 물질적인 것을 의미한다 하겠지만 지나고 보면 돈의 가치와는 비교가 불가한 것들이 많단 것을 느낀다.

내 삶이 유한하듯 그것보다 훨씬 짧게 내게 머물다 가는 것들, 젊음과 건강, 그리고 그것들이 내게 심어준 미래에 대한 막연한 희망들.

그리고 그것을 공유하던 내곁에 머물고 있던 사람들. 그 귀한 것들이 운좋게 내 주위에 머물고 있었던 거다.

‘가진 것’이 ‘소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임재’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점차 그것들이 서서히 사라져가고나면 투덜거리는 것이 일상이었던 그 시절을 ‘과잉행복’의 시간이었음을 기억하게 된다.

행복도 과하게 주어지면 불평을 낳게 되는 것이구나 하는 것.

지나고 보면 좋은 것들이 사라졌다며 투덜거리고 있는 지금의 이 순간도 나에겐 가치를 헤아릴 수 없이 소중한 것이었음을 기억할 때가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