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다 지나가는구나...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채 한 달 가깝게 답답한 싸움을 이어왔다. 고구마가 목에 꽉 막혀 숨조차 쉬기 힘들던 날들. 그 답답함마저 익숙해질 때쯤, 마침내 9부 능선을 넘었다. 슬슬 막혔던 문제들이 풀려가기 시작한다.

참 신기하다. 세상은 결코 인간의 욕심만큼 다 채워주지 않는다. 아무리 애써도 늘 내가 원했던 것의 3분의 2 정도에서 멈춘다. 나에게만 이렇게 짜게 구는 걸까? 딱 맞게 채워주면 기고만장해질까 봐 그러는 건지, 아니면 인간의 욕심이 늘 현실보다 한 발짝 앞서있기 때문인지 알 수는 없다.

언젠가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원은 세우되, 욕심은 내려놓아라.”

간절한 바람(원)은 매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지만, ‘욕심’은 이루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고 세상을 원망하게 만드는 고통의 씨앗이 된다.

프로젝트를 할 때도 그렇다. 사람들은 늘 욕심에 휘둘려 말도 안 되는 일정을 짜고 서로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즐겁고 완성도 있게 잘 해보자’는 원을 세우고 일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남들이 일정으로 나를 압박하든 말든, 스스로 ‘이 일을 제대로 끝내보겠다’는 올바른 원을 세워야 그나마 덜 압박받으며 일할 수 있다.

이번에도 시작은 욕심에 가득 차 진도 나가기에만 급급했다. 결국 중간에 거대한 고구마 타임을 만났고, 스스로에 대한 프라이드와 집착 때문에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돌아왔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풀려가는 걸 보니 이제야 한숨이 놓인다. 앞으로는 세상이 내 욕심의 2/3만 채워준다는 걸 인정하려 한다. 눈앞에 전부가 보이더라도 그중 2/3만 이루면 ‘성공’이라 생각하며, 딱 그만큼만 바라고 살아야겠다.

돌아보면 별것도 아닌 일에 인생을 너무 빡빡하게 굴려 왔다. 눈앞의 성과를 전부 다 움켜쥐려 안달 냈지만,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쳤고 그 탐욕조차 다 채우지 못했다. 그리고는 이루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 그것 조금 더 가졌다고 해서 지금 내 삶이 크게 달라졌을 리 없다. 어차피 탐욕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는 오래 버텨낼 수 없는 게 사람이니까. 어쩌다 운으로 하나 더 얻어걸릴 때의 짜릿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잘 되든 안 되든 꾸준히 오래 해나가는 힘이다.

단기간에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집착으로 고통을 감내해 봤자, 요행을 바라지 않고 거대한 ‘원’을 품은 채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을 당할 수는 없다. 그렇게 단단하게 쌓아 올린 시간이야말로 내 삶의 진짜 버팀목이 되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