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즐거움이 사라진 것 같다면...

거의 1년반 넘게 나는 그 이전 3년간의 인간관계를 통해 벌어졌던 일들을 열심히 복기했던 것 같다. 그동안 정말 내 삶은 무미건조하고 즐거움이라는 것은 먼지 한톨 만큼도 찾을 수 없다고 느껴졌다.

초반의 복기는 대부분 그 인간관계 자체가 가져다준 감정적인 사안(화가 난다, 애석하다)에 대한 복기였고 그것이 점점 시간이 감에 따라 이성적인 사안(왜 그랬을까?, 무슨 생각이었을까?)에 대한 내용을 복기하다가 이젠 그 모든 것이 뇌의 화학작용의 결과로 얻어진 것임을 복기를 통해 확인해가고 있다. 다시 말해 내 뇌의 화학작용이 그러한 흐름의 원인이었던 것이지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들이나 서로에게 오간 말들은 그냥 예측가능한 결과였을 따름이란 것도.

그냥 결론을 짧게 말하면 이렇다.

“나의 엄청난 도파민 공급처로부터 멀어지게 되면 찾아온 엄청난 금단 현상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회복하는 상황.”

쉽게 말해 아무 생각없이 누군가의 권유로 몇푼 들고 카지노에 갔는데 생각지도 않은 작은 잭팟들이 계속 터지고 그것들이 신기하리만치 오래 지속되면 운이 아닌 실력으로 둔갑했다가 갑자기 어느 날부터 내내 잃기만 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면 사람이 망가지는 상황을 맞았달까?

해석은 이러하다.

나에겐 그것이 인간관계의 형태로 나타났고 그것이 끝이 나자 내 생활과 일에서 그 금단증상을 극복하기 위한 뭔가를 찾으며 몸과 정신을 혹사하다가 번아웃에 이른 게 아닌가 한다.

인간이 왜 이렇게 설계되어버렸는지는 모르지만, 이 시스템을 오래 보전하면서 살아가려면 매일 매일의 소소한 즐거움에 감사하며 내 분수에 맞지 않는 과한 도전, 뜻하지 않은 행운 따위는 경계하며 살아갈 필요가 있단 것이다.

나 역시 지극히 대다수의 사람들과 같이 내 삶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나 자신을 치유하고 있다.

‘수용한다/내려놓는다’는 것은 원래 통제할 수 없었던 것을, 어느 순간 우연히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그 효용감에 취해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 그것이 곧 도파민의 민감도를 의지로 되돌리려는 노력이다. 이전에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일과 생활, 관계가 잘 풀리던 이들이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고 고통을 겪은 뒤에야 내리게 되는 결론인 셈이다.

갑자기 정신이 들고보니 내 삶에 아무런 즐거움과 감흥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지금까지의 내 삶이에 뜻하지 않게 많은 즐거운 일들, 바라는 일들이 많이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런 생활 스타일로는 더 이상 내가 감흥을 느낄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란 거다.

이제 내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분비되는 도파민을 가지고는 내 도파민 수용체가 전혀 감동받지 못한다는 것인지도.